낙동정맥

낙동정맥 5.6구간_한티재_아랫삼승령

산하강산 2009. 6. 19. 16:08

일자: 2009.06.17(수)
산행코스: 한티재(07:30)- 추령(09:24)- 덕재(12:38) - 휴양림갈림길(13:38)- 검마산(14:27) - 점심(15:17) - 백암산갈림길(17:10)

              - 윗삼승령 - 아랫삼승령(20:27)  31Km  12시간58분

 

 

백두대간을 시작하기 전에
낙동정맥의 빠진 구간을 채울 욕심으로 새벽을 또 나서고...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선 새벽 5시만 되어도 하늘이 밝아집니다.

오늘은 5.6구간인 한티제~아랫삼승령까지 31Km에 달하는 긴 여정입니다.

볼 것없고 힘들기만 하던 낙동정맥이
이젠 나를 대간병에 전염시켰나 봅니다...
혹자는 대간병이란게 약이 없는 병이라 하더군요,

 


초여름의 새벽은 그다지 상쾌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을 위해 힘든 일주일의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은,
미지의 세계로 향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백암온천 뒤를 한참돌아 한티재에 도착하여
데려다준 총무님과 헤어지고,

초입의 편안한 산길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피톤치트로 가득한 공기를 깊이 들이키니 정신이 맑아지고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걸을때마다 손내민 나뭇가지들과,
이슬을 잔뜩 머금은 꽃잎들이 인사하네요....

 

 


헬렌켈러는 단 사흘만이라도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삶을 가치있게 해준 사람들의 얼굴과 사색을 가능하게 해준 책들과,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찬란한 노을과,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 싶다고 헸습니다.

그저 매일 보는 일상적인 것들로 나열되어 있지만,
멀쩡히 두 눈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제게
순간 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란 교훈이 아닐런지요...

그런 생각으로 산을 대하니 
걸을 때마다 성가시게 하는 거미줄과, 고개숙여 피어있는 이름모를 야생화와,
무덤덤하게 서있는 바위조차도 새롭게 보입니다.

 

 

 우천마을을 지나고..

 

  

 

추령도착, 오지에도 불구하고 표지판들이 잘 되어있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벌깨덩굴

 

 딸기가 지천입니다.

 


집터를 지나고,

 왕릉처럼 생겼다는 왕릉봉을 지나고 

 

 송이지기 텐트가 보이는 것을 보니 여름 송이철이 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오리곡마을에서 장파마을로 넘나드는 고갯길인 덕재에 도착
막걸리 한잔씩하고,

날씨가 습해서인지 땀은 연신 모자창을 타고 흘러내리네요 막걸리 한통이 금방 동이납니다.

 

 

 송진채취로 이상한 표정이 된 나무가 썩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이제 고도를 조금씩 올리고 검마산으로 향하는 고행길이 시작됩니다.
918.2봉을 오르는 길은 급경사길을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 오르고
검마산 정상을 보기위해선 또다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 다시 200여 미터를 올려야 합니다.


  

 

 정상표지판이 있는 무명봉, 검마산 정상은 아직 더 가야합니다.

 

 

검마산 정상에 오르고, 아랫삼승령에 차를 두고 거슬러 오신 총무님이 차가운 맥주와 함께 반겨줍니다.

식사를 마치니 저 앞으로 백암산이 보이네요
이 두 구간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낙동을 하면서 새롭게 생긴 버릇은
산행전 주파해야 할 구간에 대해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산행할 때는 출발당일 도시락을 배낭에 집어넣고 무작정 따라 나섰으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맥길에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않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는 만큼 알바를 안하기 위해서' 이겠지요...

 


다시 고도를 낮추어 급하게 내려갑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백암산이 보이며
쭉쭉 뻗은 적송들이 보기좋습니다.

 

 


차단기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고,
갈증과 허기를 채우면서 쉬어갑니다.

 

 천남성

 초롱꽃

 


다시 고도를 높이면서 길게 올라 백암산갈림길에 도착
백암산은 정맥길을 벗어나 왕복 약20분이면 다녀올 수 있지만,
자주 오르던 산이라 지나칩니다.

뒤돌아 보니 백암산 정상부의 흰바위가 보입니다.

 

 


안개비와 땀으로 흠뻑젖어 파김치가 되어가지만 훌륭한 조망을 선사해줍니다.

 

 

 

921봉인 매봉산에 도착 
두루님의 출석부는 학생들로 만원입니다.


윗삼승령 임도 이제 한시간여 남았습니다.

임도를 가로질러 순한 능선길따라 진행하고,

 

 

  

747.3봉에 오르자 삼각점이 박혀 있습니다.
이곳은 영덕군,울진군,영양군이 만나는 지점이네요.

힘이 들어 자주 쉬고, 게으름을 피운 탓인지 산속엔 어둠이 내립니다.

아랫삼승령까지의 길이 왜 그렇게 지겹고 힘이 든지.....

어둠속에서 유령같은 모습을 한 자동차가 보입니다.

 


긴 시간동안의 힘든 여정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면 백두대간을 시작합니다.
진부령에서 지리의 끝자락까지 무사히 마치고 싶지만
예기치 않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뜻대로 되지 않을 지라도,

낙동에서의 보잘것 없고 토막난 힘든 고행길들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었고,
몰운대 푸른 바닷물에선 아련한 그리움을 배웠듯이,

대간과 함께하면서 낙동에서의 나약함과 미숙함이
좀 더 강해지고, 세련되어지고,
진정 자연의 소소로운 신비가 기적으로 느껴질 때 까지
눈이 보이게 된 헬렌켈러 여사의 마음으로 매 순간 충만한 기쁨으로 임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