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13구간_도래기재_고치령

산하강산 2009. 12. 22. 09:07

ㅇ. 일시 : 2009년 12월 21일  맑음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4.5km / 10시간 4분

ㅇ. 주요 산행구간: 고치령에서 세거리마을까지 트럭으로 이동

   도래기재(5:02) - 옥돌봉(06:18) - 박달령(7:14) - 선달산(09:00) - 갈곶산(10:09) - 점심(11:34)
   마구령(12:32) - 고치령(15:06)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법정 잠언집, 중에서

 


어둠속으로 올해의 마지막 산행길을 나섭니다.
 
오늘 구간은 양백지간이라 불리는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있는 대간길이며 특히 산행종점인 고치령에는 버스가 올라갈 수 없어
세거리까지 5Km가 넘는 포장길을 내려와야 하는 장거리 코스입니다.

 

 

어둠속에 잠들어 있는 도래기재에 도착 날씨는 맑아 별빛이 아름답지만 영하 10도가 넘는 기온이 몸을 금방 냉각시켜버립니다.

나무계단을 올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진달래터널 속으로 들어서고, 우리나라 최고령 철쭉나무가 있다 해서 대간길을 살짝 벗어나
군락 속에서 550년 된 우리나라 최고령 보호수 철쭉나무와 마주합니다.
둘레 105cm, 높이 5m의 규모로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경우라 합니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자태에서 힘이 느껴지네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카메라가 얼어 사진은 포기하고..

 

 

잡목 속에 둘러싸인 옥돌봉(1242m)
대동여지도는 백병산으로 적고 있습니다. 정상 아래의 하얀 바위가 있고,
그 바위는 햇빛을 받으면 예천에서도 보인다 해서 예천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산 아래 마을은 그 빛이 비친다 해서 서벽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네요. 

카메라는 아직도 녹지않아 품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쉼터 갈림길을 지나고,

 

산령각과 표지석, 팔각정이 있는 비포장임도 박달령(970m)에 도착합니다.
예전에는 고치령, 마구령, 도래기재와 함께 과거 보부상들이 경상도와 강원도 영월을 드나들던 길목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잡목 숲으로 들어서 선달산으로 향합니다.

 

 

 


등 뒤로 동이 트고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도 조금 누그러지겠지요...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 암릉지대를 빠져나가니 선달산 정상이 보입니다.

 

 
먼저 통달한다라는 뜻인데 신선이 다다른 곳 이라 해서 선달<仙達>이라고 합니다.

구인종어양백(求人種於兩白)
'옛부터 인재는 소백과 태백사이에서 구하라'란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둘러보이는 조망이 훌륭하며 인근에 우리나라 최초 서원인 소수서원이 자리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늦은목이의 넓은 공터,


태백과 이별하고 소백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신고식이라도 치르듯, 다소 긴 오름이 이어지고...


땀이 날 즈음에 갈곶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금강송님의 아래 턱엔 고드름이 달렸습니다. 마치 투탕카멘왕의 수염같군요

"인간이 적응하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은 없고,
특히 주변사람이 모두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되면 더욱 더 그렇다." 라고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추위로 손과 입이 얼어 말하기도 힘들지만 함께라서 이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람이 없고 햇볕이 잘드는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넓은 공터의 헬기장을 두어개 지나 장사꾼들이 말을 몰고 다녔던 고개라 하는 마구령에 도착합니다.
마구령은 경상도에서 충청도, 강원도로 통하는 관문으로써 장사꾼들이 말을 몰고 다녔던 고개라 해서 마구령이라 했다고,
또 경사가 심해서 마치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매기재라고도 했답니다.

 

 

아스팔트 도로 좌측 건너편에 있는 이정목에서 고치령 방향으로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이정목들이 고치령까지 50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네요.
하나 하나 세면서 진행하다보니 미내치를 지나고, 오늘 산행의 끝이 보이네요
대간길이 그러하듯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내놓고 가라는 듯 긴 오르막으로 지칠 무렵에
종착역인 고치령을 보여줍니다.

 

 

 

 

 

 
영주사람들은 북쪽 영월에서 죽은 단종을 '태백산 신령이 되었다'라고 믿고
남쪽 순흥으로 유배되었다가 안동에서 죽은 금성대군을 '소백산 신령이 되었다'라고 믿는답니다.
사람들은 소백과 태백 사이의 양백지간에 산신각을 짓고 금성대군과 단종이 영혼이 되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아담한 산신각에는 태백산 신령인 단종과 소백산 신령인 금성대군이 함께 모셔져 있고, 무속인들인지 굿을 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트럭을 타기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동료와 걸어가기로 하고 포장길로 뛰다 걷다 하다보니 뒤에서 사람들을 실은 트럭이 다가옵니다.
한참을 내려왔다 싶었는데 이장님이 아직도 4km가 남았다는 소리에 비집고 올라가고....


권세기님이 고향방문 기념으로 사주신 순흥묵밥과 대강 막걸리로 산행을 마감합니다.

 

보름후면 새해가 밝아 오네요.

돌이켜 보니 청룡을 만나서 낙동을 시작하고 대간길까지 또 조그만 산행들을 합쳐
올 한 해 걸은 거리가 1,000km에 근접하니 참~ 많이도 걸었다 생각이 되고
청룡과의 만남은 제게 행운이라 생각이 듭니다.

산행을 반복하면서 허약하던 몸은 장거리 구간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자연의 숨결에 귀기울이는 동안
현재의 나를 인지하여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고,
조금이나마 욕심을 버리고 사는 법도 배웠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일말의 미련들과 욕심들을 털어내는 과정이
내년에도 청룡과 함께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