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6구간_벌재_하늘재
ㅇ. 일시 : 2010년 2월 5일(금) 맑음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3.3km 실거리 27.1Km/ 13시간분여
ㅇ. 주요 산행구간:
벌재(04:50) - 황장산(07:36) - 차갓재(09:23) - 981봉(10:19) - 점심(~11:55) -
대미산(12:24) - 마골치(16:25) - 포암산(17:58) - 하늘재(18:30)
통행금지 구간인 벌재에서 마음의 여유없이 가파르게 올라 칠흑같은 어둠속에 묻힙니다.
누군가 백두대간 구간중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힘든 코스라 해서 걱정도 앞서지만
고통또한 대간길의 행복중에 하나라 생각하며 받아 들입니다.
헬기장을 지나 무명봉에 올라서니 구름사이로 별빛이 영롱합니다.
기온은 영하 10여도쯤,
저번 산행보다 추위가 덜 합니다.
전망대 바위.
저멀리 마을의 전등불빛만 희미하게 보입니다.
가파르게 치고 오르니 치마바위입니다.
치마바위란 명칭은 북한산, 수락산, 적상산, 익산 미륵산, 운문산에도 있는데 단순히 치마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인지...
어둠으로 인해 보기가 힘드니 아쉽네요
이제 여명이 밝아옵니다.
붉은 기운이 하늘을 밝히고, 우측으로는 하얀 달이 지는 어둠속에서 내일을 기약합니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새벽에 백두대간의 중간을 걷고 있는 기분....
암릉지대를 넘고
폐헬기장을 지나니 황장재에 다다릅니다.
황장재라면 낙동정맥에서도 있지 않았나?
이곳 역시 황장목과 연계된 지명임을 알 수 있어 반갑습니다.
황장산으로 오르는 길은 험한 암릉길입니다.
감투봉에 도착하고
이어서 황장산 정상.
맑은 하늘 아래로 선경이 펼쳐집니다.
칼바람과 추위가 살을 파헤치고 있어도 충분히 잊을만큼 아름답네요
암릉사이 곳곳에 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노송들이 아름답습니다.
뮛등바위.
차갓재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묘지같다하여 뮛등바위라고 한다네요.
바위 중간 중간 로프가 매어져있어 조심하여 진행합니다.
백두대간 남쪽 중간지점 표지석이 서있는 차갓재.
'진부령에서 시작하여 367.325Km를 걸어와
백두대간이 용트림하며 힘차게 뻗어가는 이곳은
일천육백이리 대간길 중간에 자리한 지점입니다.
뒷면에는
“통일이여! 통일이여! 민족의 가슴을 멍들게 한 철조망이 걷히고 막혔던 혈관을 뚫고
끓는 피가 맑게 흐르는 날 대간길 마루금에 흩날리는 풋풋한 풀꽃 내음을 맘껏 호흡하며
물안개 피는 북녘땅 삼재령에서 다시 한번 힘찬 발걸음 내딛는 니 모습이 보고 싶다.
2005년 7월 16일 문경 산들모임”
많이도 걸어왔네요, 그리고 많이도 걸어야 하네요...
걸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는 중간의 의미를 처음과 끝이 있는 것이라고 하였고,
함석헌옹께서는 하나의 점들이 이어져 선을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우리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같은 마음으로 다시 나머지 절반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생각에 잠겨 걷느라 나무등걸을 미처 보지 못하고 머리를 심하게 부딪힙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한동안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섭니다.^^
923봉을 넘어 나아가니 평택 여산회에서 만들어 둔 중간지점 표지판이 또 있네요.
열정이 대단합니다.
몇봉우리를 넘어서 눈물샘갈림길을 지나고,
대미산 정상. 오늘 산행의 절반지점입니다.
산세가 검푸른 눈썹을 닮았다는 뜻의 대미산,
그래서인가 대미산 아래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물이 ‘눈물샘’으로 불리는 이유인가 봅니다.
위험구간엔 로프가 낡아
가져간 로프를 설치하고 진행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멀리 월악 영봉이 보이네요
조망이 훌륭합니다.
소나무와 암벽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포암산이 보입니다.
마골치를 지나고 이제 포함산까지는 3.3Km
지치고 아픈 몸을 달래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 정상에 올라서니 바로 앞에
똑같이 생긴 산이 막아서네요...정상은 저 앞입니다.
산 전체가 큰 바위 덩어리인 포암산은 멀리서 보면 부처가 손을 벌리고 중생을 맞이하는 형상이랍니다.
한겨울 눈발이 날려 바위에 붙은 모습이 마치 베옷을 입은 것 같다하여 '베바우산'이라고도 했다지요.
맑은 대기로 인해 사방으로 조망이 훌륭합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하여 내려오니 암벽구간입니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며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입산금지 구역이라지만 죽으란 건지..
안전시설물이래야 딸랑 로프하나 뿐입니다.
오늘 산행도 끝이 보이네요..
하늘샘에서 물한잔마시고,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를 잇는 고갯마루인 하늘재에 내려섭니다.
신라가 한강으로 진출하기 위해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는 주요 전략 거점이 되어 왔으며.
그래서 끊임없는 전쟁으로 시달리던 곳,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도,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이태자와 덕주공주가 금강산으로 향할 때도 이 고개를 넘었답니다.
도의 경계가 되는 하늘재를 사이에 두고 지명 또한
충주에 속한 미륵리는 ‘내세’를,
문경에 속한 관음리는 ‘현세’를 의미합니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서 백두대간을 넘는 물리적인 길의 뜻과 함께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과 같은 정신적인 길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번 구간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아픈 무릎을 질질끌며 하산길을 내려올 때면 다시 오고싶지 않은 대간길이지만
이것 역시 지나가는 시간일뿐,
내일이면 또 다시 다음 구간을 생각하고 있겠지요....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일 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 법정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