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23구간_추풍령_우두령

산하강산 2010. 5. 24. 16:56

ㅇ. 일시 : 2010년 5월 23일(일)  비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0km  실거리 23km / 8시간8분여

ㅇ. 주요 산행구간:

  추풍령(07:45) - 눌의산(08:46) - 가성산(09:53) - 궤방령(11:08) - 점심(11:44)
  - 운수봉(12:55) - 황악산(13:57) - 바람재(14:35) - 여정봉(15:07) - 우두령(16:24)

 

우리식당 옆으로 난 지하차도를 지나

 

 

 

 포도밭 사이를 걸어가니 지하통행로가 있습니다.

 

 포도밭과 넓은 묘소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대간의 허리가 제대로 잘린 곳이군요,
하지만 잘리거나 막혀있을지라도 길은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눌의산으로 올라가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고,
내리는 비와 함께 힘이 많이들고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피 한방울이 우리 몸을 한바퀴 돌아 심장으로 돌아오는데 약 30초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1분에 약 두번이니 1시간이면 120번, 10시간이면 1,200번을 순환한다는 것인데..
거기에 대간의 신선한 산소와 물이 호흡과 땀으로 노폐물을 몽땅 걸러내고 있으니
찜질방에서 흘리는 땀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요!!!

건강한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면
대간은 병든 몸을 치유해주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주치의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산에와 돈을 벌고 있다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오르니 헬기장이 보이고, 조금 더 진행하니 눌의산 정상입니다.

 

봉화대가 있어서 봉화산이라 불리기도 하였다는데,
곳곳에 군사용 참호와 교통호가 보이는 것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군사 전략상 요충지인것은 확실한가 봅니다.

 

 

정상바로 아래 대간종주 대회를 위한 스템프 보관함에는 손님이 들어와 있네요..

더워서 비옷을 벗어버리고 우산을 쓰고 진행합니다.

 

 병꽃

 

 장군봉을 지나 1시간여 나아가니 가성산에 다다릅니다.

 


운무로 인해 시계제로 상태여서 휴식시간은 거의 없이 진행합니다.

비는 심해지고...
삶의 여정 같은 대간 산길을 묵묵히 걸으며,
내리는 비를 받아내는 내 몸에서도 더운 비가 내립니다.
생명을 빚어내는 비,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드는 비, 자연과 하나되게 하는 비..
힘들어도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걷는 산 길이 참 좋습니다.
바람도 간간이 섞이고 빗줄기도 제법 거센 건강한 비입니다.

 

 

 

땅비사리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를 지나
괘방령에 도착합니다.

 

 

 

 

안내판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추풍령을 거쳐 올라가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는 징크스가 있어서 괘방령을 넘어갔다고 합니다.
'괘방(掛榜)’이란 방을 붙인다는 뜻,
즉 과거에 급제한다는 뜻이어서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주로 괘방령을 넘어갔다고 하며,
현직 관리들조차 괘방을 넘어 다니기를 좋아 했다고 하네요.
시험이란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비좁은 정자에서 선채로 점심을 급히 먹고,
뒷편에 네잎클로버가 보이네요
횡재는 아니더라도 무사 완주가 기대됩니다.

 

 

가파른 길로 헉헉대며 올라가니 여시골산입니다.   
‘여시’란 경상도 사투리로 ‘여우’란 말이죠.
그래서인지 주위경관이 음침하게 보입니다.

 

 

 

수직굴도 보이고,
이 굴이 혹시 여우굴이 아닐까?
어둠이 내릴때 혼자서 지나갔다면 으시시했겠습니다.

 

 

운수봉(650m)에 오릅니다.
전망은 없고,
물을 머금은 싱싱한 나뭇잎들과 새색시 얼굴같이 고운 철쭉들이 반겨줍니다.

 

 직지사 갈림길을 지나

 

 

 

넓은 억새밭을 지나 황악산 정상, 
날씨가 좋았으면 엄청 붐빌텐데 조용합니다.
예전에 학이 많이 찾아와서 황학산이라 하던 것이 지금은 황악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김삿갓이 직지사 스님과 ‘이빨 뽑기’ 내기를 하며 지었다는 '黃鶴'(황학)이란 싯구가 있습니다.
 황악화개학두홍(黃岳花開鶴頭紅·황악이라는데 꽃이 피어 학머리가 붉구나)
 직지유중노곡하(直指由中路曲何·직지라 했는데 산중 꼬부랑길은 웬말인가)

황학과 직지가 절묘하게 배합된 시에 탄복한 스님이 그 자리에서 이를 뽑아 패배를 인정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김삿갓답게 내기도 재미있게 했습니다.


신선봉 갈림길, 

 

 

바람재,
텅빈 벌판에 억새만 우거져 분위기가 스산합니다.
추풍령이란 말이 '가을바람재'인데 연관이 있는지?

 

 

공사로 인해 엉망이 된 임도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니 여정봉이라는 팻말을 붙여놓았습니다.

양말이 젖어 오는 것이 느껴지네요,

 

등산로 정비공사로 온통 파헤쳐진 구석에 감자난초가 힘겹게 꽃을 피웠습니다.

어떤 곳은 생태보호 명목으로 출입금지이고,

어떤 곳은 대간길 정비한다고 귀한 개체들을 마구 짓밟고 있는 일관성없는 행정에 화가 나네요..


진창이 된 길이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에
동물이동통로가 보이고 아래쪽으로 소 조각상이 보이는 우두령에 도착합니다.

 

 홀아비꽃대

 

 

 

 

돌아오는 길에 뉴스에선 영동지방에 400mm이상의 폭우가 내려 물난리 난 것이 보입니다.
세옹지마란 말이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비가내려 걱정하며 출발했던 길이었지만 오히려 더위없이 시원하게 끝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제 6구간 남았네요

가장 긴 구간들 중의 하나이고 날씨마저 무더위와 장마철을 거쳐야 되니 걱정이 앞섭니다.

물론 불평하면서도 꾸역꾸역 가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