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구간_한계령_조침령 보충산행
백두대간3구간_한계령_조침령
ㅇ. 일시 : 2010년 7월 21(수)~ 22일(목) 무박산행 흐리고 비 차차 맑음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3km 실거리 약27km / 11시간
ㅇ. 주요 산행구간:
한계령(01:20) - 점봉산(04:49) - 단목령(07:14) - 아침식사(08:05) - 북암령(09:31) - 조침령(12:20)
- 한계령에서 -
저 산은 네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네게 잊으라 잊어버리라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애증의 3구간,
마음만있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여 애만 끓이다 해를 넘기고..
마지막 지리산구간만을 남겨둔 때에 고마운 동료들의 도움으로 밤길을 나섭니다.
야근을 마친 후라 피로가 가중된 상태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닙니다.
필례약수터 가는길로 접어들어 철조망 곁에 내리니 세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칠흙같은 어둠이 몸을 숨겨주네요
감시초소를 지나고 한참을 오르니 암릉길이 시작됩니다.
선답자들이 두고간 밧줄을 의지하고 나무뿌리를 잡으며 넘어서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몸은 자꾸만 물을 요구합니다.
바람이 불어 더위를 느끼지 못하나 기온이 높아 얼려간 물이 금방 녹는 것이 보입니다.
바위 암릉끝에서 없는 길을 찾으려 잠시 지체하고...
불빛에 의존하여 하나하나 넘다보니 암릉구간도 끝이납니다.
대간꾼들 사이에서 UFO바위라 불리는 곳을 지나니 제대로 길을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안개와 바람,
한점 불빛에 의지한채 1157봉을 지나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망대암산은 세찬 바람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이유로 우회하고...
동물들이 놀라 달아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테니 한번만 봐줘라....
이슬맺힌 풀잎들이 바지를 적시지만 이유없이 바쁜 걸음은 점봉산으로 재촉하고 있습니다.
시그널도 모두 제거된 상태라 나침반의 방위만으로 무작정 나아갑니다.
다리를 적셔주는 산죽들이 귀찮게 느껴질 즈음에
산등성 너머로 하늘이 밝아지며 주목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봉산의 실루엣이 어렴픗하게 나타납니다.
새들이 이른 잠을 깨어 노래를 시작하고 깊은 신비를 안고 있는 숲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가지가 뒤틀리고 굽어 있어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도 했고
어서 가라고 손짓하며 밀어내는 듯도 합니다.
점봉산에 오릅니다.
옛이름은 '덤붕산'이고,
'덤'은 '둥글다'는 뜻이며 이것이 한자화하면서 '점봉'으로 변한 것이라네요.
멀리서 보면 부드럽고 둥근 모습입니다.
점봉산은 또한 식물 자원의 보고로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그것이 출입금지의 명목이기도 하지요
모데미풀, 한계령풀 등 보호해야 할 희귀식물이 50여 종이 넘고 곰취, 곤드레, 고비 등 10여 가지 산나물들이 자생하는 곳이랍니다.
유네스코는 1982년 설악산과 함께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정상은 안개로 쌓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풀들이 바람에 휘날려 여명과 함께 신비한 기운을 보여줍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훌륭한 조망을 즐길 수 있을텐데...
지체할 시간없이 단목령으로 향합니다.
편안하고 정겨운 숲길이 마음을 평온하게 씻어 줍니다.
여명이 밝아 오네요
알수없는 서두름이 발길을 재촉합니다.
벌집이 있다는 곳은 스틱을 들고
단목령으로 향하는 계단에 내려서니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집니다.
단목령에는 이른 아침인지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만이 지키고 있고..
지체없이 통과하니 우측에 물소리가 들려
개울가에서 아침을 먹고 갑니다.
북암령 가는 길엔 동자꽃이 나그네를 반겨주네요
잔나비걸상 버섯과 곰취,
잠시 생태관찰 시간을 가져 봅니다.
북암령은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한계령 풀의 집단 분포지이라는데.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양수발전을 한다는 저수지를 돌아
하늘이 개어 이제서야 조망을 보여줍니다.
구룡령쪽의 갈전곡봉인가?
조침령으로 내려섭니다.
새들도 잠들었는지 고요한 가운데
차량 지원을 해주신 백우산님이 마중을 나오셨네요
제대로 사진한번 찍고
지루한 임도를 내려가
개울가에 소금끼 쩔은 몸을 담그니
숙제를 마쳤다는 후련함과 풀리지 않는 피로가 한번에 씻겨갑니다...
차량과 운전을 지원해주신 백우산님!!
길을 안내하며 간신거리와 알코올을 보충해주신 그린힐님!!!
그대들의 피끓는 동지애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