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일출
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
-이해인
언제 보아도 새롭게 살아오는
고향 산의 얼굴을 대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며
집집마다 거리마다
사랑과 평화의 나무들의 무성하게 키우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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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쁜 일상과 피곤한 몸상태를 핑계로 가지 않으리란 다짐도 잠시,
어느새 가족들과 동해안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참 지독한 중독이라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 처가집에는 먼저 도착한 서울의 처제네 식구들이 반기고,
하늘에는 보석같은 별들이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수 놓고 있습니다.
전라도 지역은 눈폭탄으로 난리인데 여기는 구름 한 점없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도 꽤 큰가 봅니다.
늦잠으로 일출을 보지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위해 동서와 주고받는 술잔을 들이킬 때마다 취하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눈꺼풀을 타고 내려오는 취기는 막을 수가 없네요...
시골집이 다 그렇듯이 아래는 뜨겁고 위는 차가워 잠을 설치다보니
부엌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취기가 빠지지 않아 무거운 몸이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7번 국도로 향합니다.
동네 어귀를 나서니 멀리 태백방면에서 자동차 불빛이 꼬리를 물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 지며 자신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습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위 정자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여 자원봉사단체가 나눠주는 뜨거운 떡국을 먹고 있고, 내려보니 기온은 예년에 비해 그리 춥지않아 다행스럽습니다.
지역의 자원봉사 단체인가 본데 바람막이 텐트에 난로, 떡국과 커피 등 준비를 많이하여 사람들을 대접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니 몸이 풀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성금함에 성의를 표시하고 나니 동쪽하늘이 밝아지며 일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해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이미 기원이 시작됩니다.
큰놈 군대생활 무사히....
가족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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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불덩이를 토합니다.
아래쪽에 깔려있는 구름 이불이 달아 오르고,
무서운 속도로 솟구치며 진청색의 대기를 순간 황금빛으로 바꿔놓고
추위마저 앗아가버립니다.
순간 강렬한 빛이 눈을 파고들어 마음속의 잡생각들을 비워 버려
무념무상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입에서는 탄성이 저절로 터지고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한 해동안 이 순간을 기억하며 실천해야 할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일출때에는 올해 기원한 소원이 아닌 또 다른 소원을 빌수 있게되길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