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007년 이전

설악산_곡백운

산하강산 2008. 12. 22. 17:04

 

 

 

 

 

 

 

설악산 백운계곡

 2007. 10. 2(화) 비,흐림

한계령→서북릉3거리→백운폭포(곡백운)→수렴대피소→백담사→용대리(10시간)

 

   

칠흙 같은 밤길을 또 나섭니다.

너 댓 시간을 불편한 의자에서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 보니 차는 어느새 한계령을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폭우로 인해 도로사정은 최악이었고, 서행과 멈춤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됩니다.

 

적막감이 감도는 한계령휴게소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고, 야간산행금지라는 전광판만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지체된 시간 탓에 피곤한 몸을 추수릴 새도 없이 가파른 계단과 오름이 시작되고 두시간도 되지않아 서북능선에 올라섭니다.

 

 하얗게 밝아오는 여명에 설악의 군상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는 보물 같은 산,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언제고 다시 찾을 산 1순위 겠죠,

 

 날씨는 흐려 간간이 비를 뿌리고 있어 계곡산행길이 슬슬 걱정도 되고.

 

백운골로 향하는 초입으로 들어서자 나무들이 빽빽하여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간혹 길을 막고 있는 이끼가 많이 낀 고목 등을 넘으며 내려갑니다.

 

 

축축하고 작은 바위와 돌이 많은 계곡 초입으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좌측 귀청 지능선상의 연봉등이 무척이나 장엄합니다.

태고의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고목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옵니다.

 

 

 

 

 

 

 

돌탑이 있는 합수곡의 넓은 바위반석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책을 포갠 것 같다 하여 책바위라고 부르는 곳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이 보입니다.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들의 본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의 힘을 인정하고 자연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자신이 아주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 호연지기도 같이 생겨나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등산로가 없어 미끄러운 암반을 조심조심 옮길 때마다 새롭게 변화되여 나타나는 풍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봅니다.

 

 

 

 

 

 

 

 

 

 

 

 

 

암반을 쓸면서 흐르는 물이 무척이나 싱그럽게 보입니다.

 

 

멀리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용아의 첨봉들과 그 뒤로 공룡능선이 보일 때 카타르시스는 극에 달하고 선계와 현계의 구분이 사라집니다.

그 아득함에 정신을 잃을까 신은 백운폭포를 만들어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려나 봅니다.

 

백운폭포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매우 급하고 미끄러워 이번 코스중에서 제일 난코스이나 중간중간 밧줄과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내려섭니다.

30m 정도의 백운폭은 비룡폭과 견주어 손색이 없습니다.

 

 

이후로 자일을 설치하여 건너는 위험구간을 한번 더 지나자 직백운 합수곡에 도달하여 넓은 암반위에서 잠시 휴식을 갖습니다.

 

과일등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출발,

 

 곡백운계곡이 암반과 와폭등이 많은 것에 비하여 백운동계곡은 암반보다는 큰바위 들이 많습니다. 수렴동계곡과 비슷해 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계류를 좌우로 서너번 이상 횡단하여야 합니다. 미끄럼과 길 찾기에 조심하며 내려옵니다. 

 

 

개척 등산을 위해 스러져간 산우의 위령비는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주 등산로에 다다르자 지난 수해로 수렴동대피소로 가는 등산로가 모두 파괴되어 목재난간 공사가 한참입니다.

백운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이 만나는 곳은 선계와 현계의 구분이 되는 지점 같아 한참을 망설이다 계곡을 건너옵니다. 건너와서도 언제 다시 올지모를 안타까움에 백운동계곡의 첩첩히 이어지는 골짜기등에 눈을 떼지 못하고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아내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니 아직도 통화불능 지역이고,

가을이 깊어가는 계곡을 따라 백담사로 향합니다.

 

같이 온 일행들 중 후미가 공원관리인에게 적발이 되었다네요,

입산금지지역을 지나온 잘못도 크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보고 싶은 비경을 어찌하면 좋은지

 

 하산 길 내내 오늘 오세암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할머니며 노인들의 오름과 마주칩니다.

 진정으로 믿으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인가요? 오르는 사람들의 나이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오름길도 힘이 들텐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표정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나 역시 저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적막한 계곡사이로 소음이 들려옵니다.

입소문을 많이 탄 백담사는 10여 년전 아내와 여행을 왔을 때 보다 절의 규모가 엄청 커졌고 그때의 정숙함은 간데없이 시장터 처럼 북적대고 있습니다.

 

이번으로 다섯번째의 설악산행이지만 오늘은 정상이 아닌 감춰진 계곡속에 파묻혀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