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008년

두타산.청옥산_삼척

산하강산 2008. 12. 23. 17:11

 두타산(1,353, 강원 동해)

2008. 7.17(맑음)

 

댓재 - 통골재 - 두타산 - 박달재 - 청옥산 - 문간재 - 삼화사 - 무릉계곡(8시간)

 

 

주는 자는 안다
저에게 있는 것이 무엇이며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간을 떠나는 자는 안다
인간이 가진 것이 무엇이며
안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두타산에 오르면
내게 줄 것도 깨칠 것도없다는 깨침.


그것은 삼화사(三和寺) 뒤
무릉계(武陵溪)에 앉아서는 모른다.
미노천(未老川) 천은사(天恩寺) 터전에서 쳐다보기만 해서는 모른다.

 

땀을 흘리며 인두겁을 벗으며
용추폭을 거슬러 신령스런 나비의 주검도 보고
문간재를 기어올라 망군대,청옥산,

박달령을 건너질러
두타산 정수리에 머리카락을 날려본 자의 눈에만 보인다.


발아래 구비구비 푸샛 것들을 보듬고
정선골을 누비며 아리아리 아리리
젖줄을 물려주는,
주는 자의 기쁨
깨친 자의 비어 있음

        - 김  장호의 두타산 -

 

 

 

 편도선염으로 3일간을 고생하다 회복기에 들어

망설일 틈도 없이 배낭을 지고 새벽 길을 나섭니다.

해가 떠오르는 항구엔 오징어잡이배가 막 들어온 듯..

 

 

댓재에 내려서니 바람이 시원합니다.

 

두타산은 강원도 동해시 삼화면과 삼척시 미로면, 하장면에 걸쳐있는 백두대간 능선상의 산입니다.

두타(頭陀)란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수행을 한다는 뜻이라네요

두타산은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으로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과 마주합니다.

 

 가야할 능선 멀리 두타와 청옥이 나란히 보입니다.

 

 

12:20분 두타산 정상입니다.

 

동으로 내려선 산자락의 끝에는 동해시가 보이고 앞으로는 청옥산 고적대, 갈미봉이 이어지네요

그늘을 찾아 도시락을 먹고나니 피로가 엄습해옵니다. 아직은 몸상태가 좋지않아 갈길이 걱정됩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청옥산으로..

 

 

경련이 일어나는 두다리를 달래가며 힘겹게 오른 청옥산 정상에는

수많은 잠자리들이 반겨줍니다.

 

정상아래 샘터가 있어 물을 보충하고 싶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포기합니다.

그늘도 없어 바로 학등코스로 하산을 시작..

 

 

 

 

계곡에 내려서니 살 것 같네요..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어 골짜기에  흘러내린 물줄기가 바위 벼랑을 뛰어내리며 폭포를 이루고,

담(潭)과 소(沼)에 물길이 머물면서 숨막히는 비경을 펼칩니다.

인간세상을 떠난  무릉계(武陵界)의 들머리에 접어들고...

 

 

 

 

전체가 평평한 암반으로 깔려있고,

그위에 안평대군, 한호(석봉), 김구, 양사언 등

대가에서 범인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남겨놓아 

그 넓은 바위면이 빈틈이 없을 정도로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수선하기까지 하고, 이름을 남기고 싶은 인간들의 욕망은

두타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음에 쓴웃음을 지워봅니다.

 

속세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새벽 5시부터 저녁7시까지 몸은 힘들었으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