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산행

후지산_일본

산하강산 2008. 12. 23. 17:38

 일시: 2008. 8 17(일)~18(월) 무박산행

날씨: 5합목(비), 6합목~정상(맑음)

산행시간: 20:30~10:30   14시간

 

 

후지산은 수 만년 전부터 최근 2천년전까지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겼으며,

후지산 등반의 가장 좋은 시기는 7월1일부터 8월26일로 모든 산장이 개장을 하고 산중턱(5합목)까지 노선버스가 운행됩니다.

그래서 세계각지의 사람들과 일본현지 사람들 조차도 해당시기에 몰려 후지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후지산의 등반루트는 크게 4군데로 나뉘는데,

후지노미야구치, 고덴바구치, 스바시리구치, 요시다구치인데 각 루트마다 합목을 지정하여 1합목부터 9합목으로 구분하여 차량접근이 가능한 합목은 전 루트를 통틀어 5합목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번 등반코스인 요시다구치 루트는 후지산의 메인등산로라 볼 수 있으며,

 5합목에는 종합관리센터가 있고 산장의 수도 가장 많고,  하산로가 따로 나있습니다.

 

 

 나리타공항 도착 간간히 비가 내리고..

 

 

버스로 5합목(고고메)을 도착하니 비가 많이 내려 지난번 한라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배낭엔 대비하여 산소통 2개를 사서 가져왔지만,

아내와 아이로 인하여 또 정상등정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말똥냄새가 진동하는 6합목을 지나 7합목으로 오르다보니 비는 내리지 않고

그 대신 보이지 않는 화산재 먼지가 날려 코와 눈을 자극하네요

 

 

  

땅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례자들의 불빛이

하늘에는 보석같은 별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집에서 남쪽하늘에 보이던 오리온자리가 발아래 구름위에서 반겨줍니다.

아내와 아이를 돌아보니 아직까지는 생생합니다.

 

 

 

 

 

 

 

 

 

7합목위로 수많은 산장들의 조명등이 하늘로 이어져 있고,

그위로 밝은 보름달과

발아래엔 어둠속에서 은은한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아내가 "천국으로 가는 길"같다고 하는군요..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 공감하고,

이 길로 그대로 천국으로 간다면 나는 지금 속세의 미련을 떨치고 갈 수 있을까?

혼자 되내어 보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 속세에서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겠지요..

 

 

 

 

8합목에 도착합니다.

아들놈은 연신 산소를 들이키고,

아내의 표정은 이미 굳어있습니다.

같이 갔던 동료가 못가겠다며 산장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아내와 아들을  산장으로 밀어넣고 맙니다.

숙박비 인당 6,500엔!!!!

돈은 아깝지만 마음은 홀가분해지네요 

 

이제 경사가 급해지고 차가운 바람이 몸속을 파고듭니다.

눈과 입에는 에는 화산재가 끊임없이 들어와 서걱거리고(고글과 마스크 필수!!!!!)

인파로 인하여 지체가 계속되자

젖은 몸에 파고든 냉기가 자꾸만 체온을 앗아가 한기가 들어 정상등정을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겨울용 자켓을 입고 그것도 모자라서 우의까지 걸치고 나니 한기가 없어지네요.

산장에 들러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이고...(커피한잔 400엔!!!)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도 200엔이나 받아먹네요,

산아래에서 보온병에 온수라도 준비해 와야하는 것을..

 

본8합목에 오르니

이번엔 고소증이 찾아옵니다.

한 발 한 발 오를때마다 현기증이 나서 속도를 못내고

술에 취한 것처럼 갈지자 걸음이 계속됩니다.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걷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된다.....'

 

 

 

몽롱한 상태로 팍팍한 오름을 계속하다 보니

정상에 있다는 도리이가 보입니다. 

갑자기 힘이 용솟음치면서 좀비같은 사람들을 헤집고 뛰어 올라갑니다.

 

 

동쪽에선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새벽 4시50분, 산행을 시작한지 8시간

정상에 섰습니다.(해발 3,776m)

 

분화구를 보니 밤새 쌓인 피로가 다 날라갑니다.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고, 정상에도 신사가 있습니다.

 

 

높다는 것외엔 별로 볼게 없다고 생각되던 산이었는데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어 그것이 좋았습니다. 

 

 

 

 

 

 태양이 뜹니다.

구름이 속세를 차단하고 있지만, 그래도 복받은 날씨라 생각이 드네요.. 

 

 

 

준비한 주먹밥을 억지로 먹고나니 아내와 아이가 걱정이 됩니다.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들고..

 

 

 따로 마련된 하산길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갈지자 형태로 왔다갔다하며 고도를 줄여나가는데

길은 잔자갈 형태의 화산재로 되어있어 미끌어지고,

날리는 먼지로 눈을 뜰 수가 없는데다

강렬한 자외선으로 사람을 지치게합니다.

 

 

 6합목에 내려서니 휴대폰이 통화가 가능해져 아내와 통화를 하고

이제 그늘도 있어 기운을 차려봅니다.

 

 

 

새로 산 등산화가 발에 익숙치 않아 발가락은 걸을때마다 고통이 밀려오고

화산재로 엉망이된 눈은 자꾸만 감기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힘을쓰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한 군데도 성한곳이 없네요

 

 

 

 

하지만 후지산을 다녀왔다는 것에 기분은 좋습니다.

일본인들의 속담에 후지산을 한번도 오르지 못한 사람은 바보요, 그렇다고 두번 오르는 사람도 바보라고...

 

바보가 되고 싶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