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008년

조계산_순천

산하강산 2008. 12. 24. 17:18

 조계산(884m) -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군

 

2008. 11. 12(수) 맑음

 

 

풀잎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 호승의 선암사.-

 

 

시인을 따라 선암사로 갑니다.

편백숲길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니 선암사가 보이네요.

겨울에 양보한 듯 가을이 저만치 물러 앉은 모습이지만,

요동없는 산사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선암사에선 보이지 않는 적막이 느껴지고요...

 


 
승선교.

조선 숙종때 지어진 이 다리는 아치형 돌다리로서

두개의 다리가 계곡을 따라 나란히 동무하면서 윗편의 강선루를

다리아래 계곡물로 반영을 삼아줍니다.

석공이 이런 모습을 그리며 만들었을까요?

하긴

고대의 석공들의 솜씨는 현대에도 재현이 불가능 할 만큼 정교하니.... 

 

회원 한 분이 사진을 찍으려다 미끄러져 산행 시작도 전에 다쳤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작품을 위하여 겠지요...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국보급 화장실과

 


 바위에 음각된 마에불상을 뒤로하고,

 조계산으로 오르는 산길.

 

 겨울을 재촉하는 낙엽들이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싸주네요...

 팍팍한 오름길을 1시간여..

옛 절터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샘도 있고 주위가 평평하며 따뜻한 햇살이 드는 명당자리가 있어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역시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 부터 늘어놓고....
 

 푸짐한 성찬 뒤에는
힘겨운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정상에 오른 참맛을 느낄 것인데...
 
밥을 먹자 마자 시작된 가파른 오름길은
호흡도 곤란하게 만들어 너무 힘들게 합니다.
마치 고행이 끝인 듯 평평한 자리를 해둔 전라도 산은
항상 나를 헛갈리게 하네요...
 

 
저 능선을 돌아 좌측으로 돌아 내려서는 곳이
송광사로 가는 길입니다.
 

 
시간관계상 연산봉을 가지 않고
송광사로 하산하자고 말하지만,
무단이탈로 연산봉을 거쳐 송광사로 향하고 싶은 마음 꿀떡같네요...
하지만
 

 
산은 늘
거기에 있으므로.......


 
 

 
16국사를 배출하며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보사찰의 하나로 꼽히는

승보사찰 송광사.

고찰은 있는 그대로

위엄이 묻어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옛모습이 없다는 것,

나라가 힘이 없어 오랑캐들에게 불태워지고

변형되고 하는 것들이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바람을 따라

언덕을 올라서고 싶은 마음에 순천만 앞에 섰지만,

해는 이미 저물고, 철새들도 보금자리에 들었습니다......

 


 

조용한 달빛만이

갈대 숲 사이로 내일을 기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