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0. 16:28ㆍ백두대간
백두대간24구간_우두령_부항령
ㅇ. 일시 : 2010년 5월 29일(토) 눈이 시리게 맑음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18km / 8시간여
ㅇ. 주요 산행구간:
우두령(08:08) - 석교산(09:12) - 밀목재(11:03) - 삼도봉(12:07) - 점심(12:45)
- 1170봉(13:55) - 백수리산(14:54) - 부항령(16:02)
한적한 고개엔 늙은 소 한마리가 미동도 없이 지키고 서있고,
고개가 소 등에 얹는 안장인 '길마'같다고 해서 사투리로 질매재라고도 한 우두령에 내려섭니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올 봄인지라 이제는 산행전 날씨를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고,
올라오는 길옆에는 아까시꽃들이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네요,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가까운 지인이신 성기주님은 산림청 공무원 시절 시인으로 등단하시면서
아카시꽃이 필 때 쯤이면 산불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는 싯점이라며 시로서 애환을 풀어내셨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숲들이 산불걱정에서 해방되는 것에 저 또한 마음이 놓입니다.
철쭉이 한창인 긴 오르막을 올라갑니다.
낙엽송 고목들의 군락지를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니 석교산에 닿습니다.
이제 추풍령으로 인해 내려 앉았던 고도를 회복하는 시점이네요,
덕유산까지 1,000 고도가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오르는 길에 산나물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니
역시 산나물이 지천입니다.
하늘은 너무도 맑아 깨질듯 하네요.
화주봉이라고도 하는 석교산 정상은 조망이 시원합니다.
남쪽으로 삼도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이,
그리고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합니다.
세상사로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 느껴지네요
산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조금 더 진행하니 1,175봉.
속리산 구간을 지나 처음으로 만나는 암릉입니다.
김천방향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다는 산을 연거푸 오르고 나니 마음이 교만해지기 시작합니다.
더덕도 자주 보이고,
감자난초도 이쁘게 피었습니다.
폐광지역 안내판
마른하늘에 번개라든가
멀쩡하던 땅이 꺼지는 것이
어떻게 살아 가야하는지 넌즈시 가르쳐 줍니다.
밀목재
햇살이 부시면
엄마등에 눈을 가리고
바람이 불면
등에 얼굴을 묻고
엄마 가슴 꼭 끌어안고
코흘린 얼굴을 부벼도
엄마는 출렁출렁
춤을 추며 걸어갔지요
밀목재: 외갓집 가는 길(김명순)
여기가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와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고개네요...
삼마골재를 지나니 삼도봉으로 올라가는 통나무계단이 이어집니다.
삼남의 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꼭짓점이라는 삼도봉에 올라섭니다.
삼남이란 김제 벽골제 이남인 호남과
제천 의림지 서쪽의 충청도 땅인 호서,
문경 새재 이남인 영남을 일컫는 말입니다.
원래 이름은 화전봉이었으나 삼도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삼도봉으로 불리게 된 산입니다.
석조물의 하단에는 거북이 세 마리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세 마리의 용이 검은 여의주를 이고 있습니다.
산과 어울리지 않으며 마치 납골당같은 이물감이 드는 것은 왜 그런지...
관리마저 부실해 얼마지나지 않아 무너질 것 같네요
공터에 앉아 점심을 먹고 갑니다.
지난 산행때 비로인해 고생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그리고 사방으로 열린 조망이 일품입니다.
석기봉이 지척이고, 민주지산과 각호산이 줄기를 타고 있네요
동북쪽으로는 석교산을 비롯한 대간 능선과 황악산 줄기가 보이며,
남으로는 가야산 줄기가 구름에 떠있고,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을 따라 덕유산 슬로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5월의 신록과 더불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우리 산하입니다.
지형도에 목장으로 표기된 곳,
1,170봉으로 오르는 길은 점심 후의 노곤함으로 힘이 많이 듭니다.
그저 길을 따라 걷습니다.
나무 계단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삼각점이 있는 1,170.6m봉입니다.
힘이 들지만 간간이 불어주는 차가운 바람이 피로를 거둬가네요
백수리산에 오릅니다.
이제 1시간반 정도면 오늘 산행도 끝이 납니다.
좋은 날씨와 시원한 기온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부항령 갈림길,
여기서 임도를 따라 10여분 내려서면 터널이 나옵니다.
다음 구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부항령의 삼도봉 터널
이제 6월, 여름으로 접어듭니다.
힘든 여정이 아직 남아있지만
가끔씩은 지나온 길들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잠시 고여 있다가게
나고 이우는 한평생 흔들리다 갓어도
저무는강 풀잎처럼 흔들리다 갔어도
바람의 꺼풀 벗겨 풀잎이 만든 이슬처럼
어디 한 곳 쯤은 고여 있다 가게
귀 귀울였다 가게
이 넓은 세상 뿌리 내리진 못했어도
씨앗하나 이 땅위에 쓸쓸히 떨어지는소리
한번쯤 듣다 가도 가게
조금은 가파른 상공을 스쳐가고만 우리들
아늑한 뜨락을 만날순 없어도
끝없는 벌판이 되어 흩어지고만 우리들
아늑한 잠 자리 하나 만들순 없었어도
잠시 걸음 멈추었다 가게
버들뜬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게
..중략..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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