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지리산_통영

2008. 12. 22. 17:24섬여행

 

사량도 지리망산(398m )

경남 통영, 2007. 8. 28(화) 흐림,비

돈지항-지리산-불모산(달바위)-가마봉-옥녀봉-대항(4시간)

 

 

금강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남쪽바다를 보고싶은 마음에 아내를 닥달하여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길을 함께 나섭니다.

 

 김해를 지나 사천으로 들어서자 빗방울이 굵어지며 우중산행으로 힘든 날이 되겠구나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론 바다쪽 하늘이 개여있어 은근히 좋은 날씨도 기대 해봅니다.

 고성 공룡박물관 아래 도착하니 전세 유람선이 기다리고 있고 사량도쪽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라 파도를 가릅니다.

 

 육지가 멀어져 갑니다

 멀어져 가는 것은 아쉬움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시 돌아올 기약이 있기 때문에

때론 멀어져 감이 설레임으로 다가 올 때도 있습니다.

 

통영시 서남부 해상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사량도는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고 주섬인 윗섬(상도)의 동서 중앙을 가로지르며 지리산이 솟아있습니다.

 

지리산의 높이는 398m. 여기서 동쪽으로 불모산(399m)을 거쳐 옥녀봉(291m)까지 긴 능선이 이어지며, 해발 400m가 되지 않는 높이지만 해발 0m에 가까운 섬 산행이기 때문에 육지 산행이라면 최소 해발 800m와 같은 고도감을 즐기게 됩니다. 특히 날카로운 바위 능선으로 짜릿한 릿지산행을 즐길 수 있으나 아내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30여분을 달려 돈지포구에 도착하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포장길이 시작되는 곳에 산행기점 안내표지판이 있으며 고온다습한 날씨에 연신 땀을 훔쳐가며 한참 동안 산비알을 올라 소나무숲을 벗어나자 가파른 암사면이 막아서고, 능선에 올라서니 다도해의 평화로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낯선 길에 들어서야

나는 새로운 내음 가슴 가득히 채워 일어난다     

이 길에서는 온통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너무 많아

마음이 나를 떠나 천리 밖을 떠돈다.

절도 중도 없어 바위턱에 나를 앉히고

숨을 고르게 하고

내 몸도 알맞게 식혀 구름에라도 맡겨야 한다.

 

                                                  그리움/이성부

 

 이제부터 산의 날등을 타고 가는 길입니다.

 암릉의 끝자락에 앉아 숨을 돌립니다. 구름이 살짝 걸린 산비알을 타고 내려간 곳에 돈지항이 그림같이

 아름답네요. 

 

 시야는 거칠 것이 없는데, 호수같이 잔잔한 남해의 푸른 바다 위로 눈썹같은 작은 섬들이 물결 위에 한가롭게 떠있고, 여객선은 흰 물살을 길게 끌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아랫섬의 칠현산(349m)도 일곱 개의 봉우리들이 실루엣으로 눈앞에 다가옵니다.

 능선을 따라 오르니 바로 칼등같은 암릉길입니다.

왼편으로 까마득한 벼랑을 떨어뜨리고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우회코스로 들어와 지리산의 정상(398m)을 놓치고, 아쉬움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갈길이 먼지라 계속 진행합니다.

 

암괴가 촛대처럼 치솟은 촛대봉을 지나고 갈림길을 지나 20여분만에 거대한 암릉을 타고 오르니 사량도의 최고봉(399m)인 불모산의 정상입니다.

 

 

 바람과 함께 비가 따라와 땀을 식혀주고, 염소똥이 뿌려진 바위위에서 막걸리 한잔과 함게 식사를 마치니 기운이 납니다.

정상에 서니, 왼편 아랫녘으로는 반달같은 해안선을 이끌고 들어온 대항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능선을 따라 가마봉에서 옥녀봉까지 낙타등처럼 치솟은 암봉들이 군웅할거하면서 장관을 이룹니다.

 

산행길 중 가장 험한 가마봉과 옥녀봉으로 향하며 내심 망설였지만 자신있는 아내의 말에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20여m의 암벽이 막아서고, 막상 다다르니 경사가 심하지만 바위면이 거칠어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안심이 되고,  힘차게 로프를 잡아 올라서니 가마봉입니다.

 

가마봉은 경사면이 모두 까마득한 바위 벼랑이며, 산정에서 바라보면 북쪽 산자락으로 금평리 마을이 그림처럼 다가 오고, 앞길에는 옥녀봉이 하늘 높이 전망대처럼 치솟아 있습니다.

 

가마봉에서 옥녀봉을 향하여 내려가는 길은 아스라한 바위벼랑입니다.

아랫녘 안부 능선까지 2단으로 철사다리와 사다리 끝난 지점에서 다시 밧줄을 매어 놓았는데 사다리를 타는 사람들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안부에서 옥녀봉까지 다시 200여m 바위 능선을 오른다. 능선의 막바지에 철모를 엎어 놓은 것같은 옥녀봉 상단부 까마득한 바위봉이 치솟아 있습니다.

수직의 벼랑이나 밧줄과 발을 디딜 수 있는 홈이 있지만 중간지점에서 아내가 힘이 빠지는 것이 보여 가슴이 요동치고 도와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선 연신 고성이 나옵니다.

 

겨우 올라서니 이마엔 식은땀이 흘러있고

 

내려가는 길도 줄로 엮어진 사다리를 타고 수직 바위벽을 내려 가야 하니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후회도 됩니다.

 

무사히 옥녀봉을 내려서고,

십년감수했다는 아내에게 평소 운동 좀 하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암릉 능선을 지나 철계단도 내려서면서 유람선이 기다리고 있는 대항마을로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은 회에다 소주로 발그레 해있고, 타는 갈증으로 배낭을 벗기 무섭게 가게로 달려가 찬 맥주를 들이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네요,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내내 뿌리는 장대 같은 비를 보니 참으로 복받은 하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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