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_향적봉_무주

2008. 12. 22. 18:25산행/2007년 이전

 

덕유산 향적봉(1614m )

전북 무주, 2007. 9. 4(화) 비

송계사-중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계곡(7시간)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마음은 이미 덕유에 가있는지라

어느새 차에 올라 모자란 잠에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사이에 88고속도로를 거쳐 거창으로 접어들고, 수승대 옆을 지난다.

수 년전 박노수반장과 출장길에 잠시 쉬어가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워 문자한번 날리고..

매표소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굵어지며 국립공원 직원이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며 산행을 극구 말렸지만 송계사 매표소를 거쳐 백암봉을 향하니 비는 내리고, 적막에 쌓인 숲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우리나라 12대 명산답다.

 

덕유산은 지리산, 설악산과 함께 산행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산이며, 사계절을 두고 어느 때 찾아도 아름다운 산이지만, 특히 겨울철의 설경은 덕유산을 찾는 산행인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진한 감동으로 남겨 진다.

겨울에는 서해안의 습기찬 공기가 편서풍에 실려와 덕유산 20여km의 고봉준령을 넘어가면서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3월말까지도 때론 1m가 넘는 적설이 능선을 덮을 뿐만 아니라, 겨울 혹한기에 설화를 꽃 피우던 나뭇가지에는 한 겨울을 나고 2월을 지내면서 보석같이 영롱한 얼음꽃이 만발하여 능선을 환상적 산행길로 꾸며 놓는다.

 

설화와 얼음꽃이 신비경을 펼치는 덕유산 산행은 3월이 다 가도록 겨울 장비를 가지고 등반을 해야 한다.

 가파른 오름길에 숨을 잠시 고르는데, 땀인지 빗물인지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같이 오르던 동료들도 구도자처럼 아무런 말이 없이 입으론 거친 숨을 내쉬고만 있다.

횡경재(1350m)를 지나 (11:40) 약간 넓은 장소에 이르니 수많은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기가 들어 다시 출발한다.

 

 송계사 삼거리 (白岩峰.1420 m) 에 오르니 세찬 바람과 안개가 산아래서 날아와 뺨을 때리고, 구름사이로 가끔씩 산자락을 조심스럽게 보여 주기도 했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은 수많은 들꽃들이 웃으며 힘든 우리를 잠시나마 머물게한다.

노루오줌, 현호색, 둥근이질풀, 매화말발도리, 노루발풀, 은대난초 등..

 

중봉(1594m. 14;05)을 거쳐 이제 정상인 향적봉으로 향한다.

군데군데 고사목이 비에 젖어 운치를 자아내고 장중한 능선을 따라 덕유평전의 원추리 군락과 주목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향적봉 대피소에서 잠시 에너지를 충전하여 100여m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정상인 향적봉(1614m. 14:35)에 올라선다.

 

5년 전 가족들과 함께 오른 그날이 문득 생각난다.

경석이가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으니..

산은 변함없으나 사람은 빠르게 변해간다.

다음에 다시 찾을 때 쯤은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까?

여전히 산을 사랑하고 건강한 모습이었으면 그리고 경제력도 지금보다 더^^

산신령께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리고 비가와서 시간이 지체된 관계로 하산을 서두른다.

 

백련사까지는 급경사길이나 5년새 많은 계단등을 설치해두어 불편이 없다.

 

소담스런 고찰 백련사로 들어서니 기왓장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처마 밑 계단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라보다 아직도 2시간여 더 내려가야 할 구천동 계곡길로 접어든다.

 

풍부한 강수량으로 구천동은 제 소리를 내고있고, 끝이 없는 오솔길엔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

젖은 몸에선 피로와 고통이 몰려오지만 내려오는 내내 마음은 그지없이 평온하기만 하다.

겨울이 되면 남덕유에서 북덕유까지 종주산행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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