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4. 23:08ㆍ산행/2009년
산행일자: 2009.01.14 오전 눈 오후 맑음
산행코스: 호박소 - 백운산 - 전망바위 - 가지산 - 중봉 - 호박소(천천히 7시간)
언양땅에 접어드니 눈발이 거세진다.
예전같으면 오르지 못했을 고갯길이지만,
밀양으로 넘어가는 터널(4.2km)이 완공되어 눈이 내려도 접근이 쉬워졌다.
터널을 벗어나 다시 석남사가는 구도로를 역행하여 10여분쯤 진행하니 호박소 주차장이 나온다.
차를 세워두고
차도를 따라 밀양방면으로 1km여 걸어내려오니 산행들머리가 보이고,
헉! 들어서자마자 로프구간이다.
몸풀릴 새도 없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30여분 오르다보니
비로소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내리는 눈으로 시계는 엉망이고
미끄러운 길 너머로 암릉구간이 다가선다.
가장 위험한 코스엔 스테일레스 다리도 놓여있다.
절벽위에 뿌리박은 나무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분재같다.
300년 묵은 나무도 있다는데 찾지 못하고...
저 아래로 밀양가는 길이 보인다.
백운산 도착(10:30)
눈과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눈이 내려서인지 바람이 없어 춥지않다.
운문산을 잇는 운문지맥에 올라서고,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능동산, 천황봉, 재약산....
정상은 추워서 능선길 옆 따뜻한 곳에서 점섬을 먹는다.
늘상 보던 과메기에 오늘은 족발까지 추가되었다.
바람으로 닳아 반쪽만 남아있는 태극기가 사래를 치는 정상이 보인다.
십여년도 넘었을까?
아내와 함께 오른 가지산은 많은 사람들로 짜증만 나던 곳으로 기억되었는데.......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 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10년후에 다시 오른 가지산에서 변해있는 내모습은 어떠한가?
잠시 사색에 잠겨서 사방을 조망해본다.
다음에 다시 찾을때엔
보다 더 산과 닮은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어있길 기원한다.
하산길은 중봉으로 해서 능선을 따라 호박소로 떨어지는 코스로 정한다.
남쪽으로는 눈이 없어 흙먼지날리는 비탈길이다.
강수량이 적어 큰일이다.
저 아래로 호박소가 보이고, 산행을 마칠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은 10여년전 아내와 올랐던 가지산에서 10년 후의 내모습을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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