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항산_삼척

2008. 12. 21. 17:02산행/2007년 이전

 

일시 : 2005년 07월 19일 (화)

산행지 : 강원 삼척 덕항산 (1,070.7m)

날씨 : 맑음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신기면 경계에 있는 백두대간 길 덕항산은 동쪽과 서쪽의 산세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 산으로 동쪽은 협곡으로 깍아 지른 듯한 계곡이고 서쪽은 한없이 부드럽고 평탄하다.

또한 산 중턱에 환선굴을 품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조직이 새로 편성된다느니 어떤 사람이 승진을 한다느니.. 등등 회사의 잡다하고 골치 아픈 것 들을 뒤로 하고 새벽 차에 오른다.

 

농업엑스포 준비에 한창인 울진을 지나고 삼척까지 새로 개통된 도로를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려간다.

내가 장가간다고 처갓집을 다닐 적부터 하던 공사가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사 조금씩 완공되어 가는 도로를 보니 열악한 지방재정이 실감나기도 했다.

 

10시 30분 환선굴 주차장에 내려서고, 매표소를 지나 환선굴로 향한 길을 오르다 좌측으로 난 등산로로 접어든다.

날씨는 맑고 바람 한 점 없어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가파르기 그지없는 된비알을 오르고, 또 오른다.

이건 완전히 유격훈련이다. 송곳 같은 산은 오름 길의 산객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조금의 평지도 내어주지 않고,

바람 한 점 없는 습한 공기는 철 계단과 바윗 길과 함께 우리의 옷을 모두 벗기려고 작정을 한 듯 하다.

2시간여를 그렇게 오르니 하늘이 보이며 우측으로 장쾌한 능선들이 보인다.

우측 산 중턱으로 환선굴이 입을 벌리고 내장을 얼려 버릴 듯이 냉기를 내뿜고 있다.

날개가 있으면 당장에라도 건너가 저 굴속의 냉기 속으로 빠져 들고 만 싶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져 있다. 오름의 산세와는 달리 정상은 너무도 초라한 모습 그 자체였다.

지각산 갈림길에서 도시락을 먹고, 지각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편안한 길이 계속되고 멀리 두타.청옥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도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 종주를 목적으로 지나다닌 흔적들이 나무에 꽃마냥 걸려 있다.

과하면 해로운 법이지, 저것들도 또 하나의 자연을 해치는 독이란 생각이 든다.

 

 지각산에 도착했다. 환선봉 이라는 정상석도 있으니 오히려 덕항산 정상보다 더 정상 기분이 난다.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 있어 내려다 보니, 환선굴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넓은 주차장에는 대형버스가 몇 대 서 있고, 광동댐 이주단지 배추밭도 건너다 보인다.

숲속에서는 새들이 한가롭게 지저귀고 있다.

헬기장을 지난다.

지금은 쓰지 않는지 잡초만이 무성하다.

 

장암재에 닿았다. 이 재는 골말, 1058.6m 봉 삼거리다.

환선굴 쪽으로 약 오백미터 되는 지점으로 약수터가 있어 시원한 물을 구할 수 있다.

지각산에서 장암재에 이르는 구간에는 넓은 평전이 몇 군데 있다. 길가에는 주황색의 말나리꽃, 연초록빛이 도는 초롱꽃, 노오란 원추리 꽃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환선굴로 향하는 하산길에는 이 곳이 석회암 지대임을 말해주는 천연동굴이 보인다.

 동굴을 통과하니 시원하기 그지없다.

 또 다시 가파른 절벽 주위로 걸쳐진 계단 길이 이어지고 군데 군데 전망대도 만들어 두어 경치도 감상하면서 환선굴에 다 다른다.

 

 시커먼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흡사 음의 기운을 가진 악마의 모습이 상상된다.

 땀으로 젖은 몸에서 ~하고 쇠가 식는 듯한 소리가 나는 듯하며 순식간에 한기가 엄습 해 온다.

 사람이 이래서 간사한 것이다. 좀 전까지는 더워서 죽겠다고 연신 물을 머리로 뿌려대더니만 이제는 추워서 죽겠다고 머리에 맺힌 물을 털어내고 난리다.

 

 올 여름은 이 냉기로 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들고, 마치 영원히 지속 되리란 기대로 몸과 마음으로 한 껏 냉기를 빨아 들여 다시 속세로 내려서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어쩌면,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리려 산을 내려가는 시지프스의 마음을 이해 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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