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서파

2009. 8. 23. 17:14해외산행

산행일자: 2009. 08. 21(금) 맑음

산행코스: 서파주차장-5호 경계비-마천루-청석봉-한허계곡-백운봉갈림길-녹명봉-차일봉갈림길-장백폭포  7시간35분

 

 

겨레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백두산,

우리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동부 최고의 산맥입니다.

백두산이라는 이름은 화산활동으로 부식토가 산 정상에 하얗게 쌓여 붙여진 이름으로,

말 그대로 '흰 머리 산' 이라는 뜻이라네요..

그러나 중국에서는 청나라 때 백두산을 장백산신으로 봉한 이후에 "장백산(창바이산)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화산활동을 멈춘 사화산(死火山)에 속하나, 지금으로 부터 일백년 이후에 다시금 분출한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있으니...

폭발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규모로 봐서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될 것 임은 자명할 터이니.....

 

전체면적 중 1/3은 중국의 영토로,  2/3는 북한의 영토에 속하며,

연평균 기온은 -8도로 연중 눈, 비가 내리는 날이 200여일에 달합니다.

 

천지의 수심 중 가장 깊은 곳은 373m나 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가장 깊은 화구호(칼데라호)로 알려져 있고,

11월에 얼어 붙었다가 6월이 되어서야 녹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천지를 볼 수 있는 계절은 불과 3~4개월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편의 시설들은 형편없으며,

우리는 성지 순례객처럼 개고생을 사서하며 다가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귀한 시간들을 쪼개서 방문하는 곳이지만

이 곳의 특유의 불규칙한 날씨로 인해 여행객들이 맑은 날에 천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심양에서 침대칸이 딸린 야간열차를 타고,  

 

3층으로 된 침대칸은 문도 없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바닥 옆을 지나고, 천장이 낮아 일어나 앉아있기도 불편합니다.

비좁은 복도에 앉아 술 한잔하는데 10시 이후엔 그나마 소등을 하네요...

피곤함이 불편한 잠자리에서도 숙면을 취하게 해서 일어나니 기차는 아침 안개를 뚫고 송강하로 오르고 있습니다.

 

 

 

 

송강하에 도착하니 눈부신 푸른 하늘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어제 비가내린 탓인지 하늘은 그지없이 맑아 지난 밤의 피로가 싹 사라집니다.

 

 탐방객 방문센터에서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셔틀버스로 울창한 삼림속을 거의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5호경계비 아래의 주차장

 천지방향으로 구름이 드리워져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인력거꾼들이 도처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가끔 이용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중국인들이 왜 맑은 날 비옷을 입고있나 했더니 칼날같이 아픈 바람때문이었다는 것을 올라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고도를 올릴 수록 거세어 지는 바람이 체온을 앗아가 동계용 자켓을 꺼내입고,

부대끼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오르니 시리도록 푸른물 위로 검은 구름 그림자가 지나가는 천지에 올라섭니다.

이렇게 맑은 천지를 볼 수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바람이 강렬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모자를 사정없이 휘젖고 있습니다.

내려와서 보니 고산에나 다녀온 듯 코와 볼이 많이 그을었습니다.

선크림을 바르라고 다그치는 아내의 말을 듣지않은 나의 실수입니다.

 

5호 경계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울타리 뒷쪽은 북한 영토입니다.

서파 종주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설치해 둔 울타리를 넘어 아무런 표식도 없는 곳으로 진행됩니다.

아마도 현지 가이드들의 벌이 수단으로 표식들을 일부러 해두지 않은 것이라 생각되네요(가이드비용 9천원/인당)

 

 멀리 중국쪽 최고봉인 백운봉이 보입니다.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도 보이네요

들판엔 야생화가 가득입니다.

 

뒤돌아 서서 한 컷,

눈처럼 하얀 곳은 아까 5호 경계비 넘어 있던 북한땅입니다.

고토의 주인인 우리가 왜 중국을 돌아 백두를 올라야 하는 것인지...

 

 검푸른 천지는 말이 없습니다....

등로는 천지 외륜봉들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고...

 

 하늘은 서럽게 푸르고...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며 꿋꿋한 야생화들이 대한민족의 기상을 보여줘 위안을 삼아봅니다.

 

 투구꽃

 

 

 

수천번에 달하는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는 한민족의 특성처럼

척박한 환경에도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야생화들이 정겹습니다.

 

 

 

 

 

 

 

 

좌측으로 첫번째 봉우리인 마천루가 보입니다.

 

 

등로는 마천루 봉우리를 우회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표지판도 없으며,

우측 길바닥에 붉은 리본을 매어놓은 것이 시그널의 전부입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하여 손은 얼어가고 희박한 공기때문인지 호흡이 빨라집니다.

 

 강한 바람이 천지로 내려 앉아,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고,

 그 위로 구름의 그림자가 여백을 메꾸고 가네요..

 실눈으로 바라보는 천지이지만

 질은 에메랄드빛으로 반겨주는 천지의 모습을 너무도 감사하게 마음으로 담아갑니다.

 

 

 

 얼굴모양 바위

 

 

 

 지면 아래 꿈틀대고 있는 뜨거운 용암과 그위의 차가운 물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듯이

 모든 갈등과 이념들이 여기에 녹아  겨레의 소원인 통일이 앞당겨 진다면,

 그래서 지리에서 백두까지 대간길을 한 걸음으로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청석봉을 지나 길은 한허계곡으로 깊이 내려갑니다.

 

 계곡 아래에서 다시 저 높은 백운봉으로 힘들게 올려야 하지만,

시리도록 차가운  천지물로 피로감은 금방 사라집니다.

 

 

 가이드가 식용가능하다고 해서 한모금 마셔보니 천지의 정기가 녹아있는 듯 차갑고 강한 맛이 느껴집니다.

 준비해간 광천수를 모두 버리고 수통에 가득 담아갑니다.

 

 계곡 조금지나 바람이 잦아드는 곳에서

 입에 맞지도 않는 도시락을 천지 물로 말아서 먹고..

 

 멀리 천문봉이 보입니다.

 북파 팀들이 차로 올라간 곳입니다.

 

 바람으로 사진 찍기도 힘이 드네요

 

 

 

 

회원 한분이 고소증으로 걸으면서도 자꾸만 졸고 있습니다.

졸음이 몰려와 아예 주저앉아 졸고 있네요.

5시 이전에 내려가야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데 걱정입니다.

 

 저 멀리 북한쪽 최고 봉우리인 장군봉이 보입니다.

 언제 갈 수 있을지...

 

 

진행방향에 따라 천지는 각도를 달리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축복받은 날입니다.

 

서북사면은 날카로운 바람이 발검을을 어지럽게 하지만

반대편에 들어서면 따스한 봄날의 햇볕과 천상화원을 선사하네요..

 

 

 커피를 파는 현지인들의 텐트가 보이고..

 

 장백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달문으로 내려가 천지물을 만지고 올라오는 북파팀과 여기서 조우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모습이네요...

 

 늦어서 못볼줄 알았던 두메양귀비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렁찬 굉음과 함께 장백폭포가 자태를 드러냅니다.

폭포 옆으로 오르는 터널길은 얼마전 강호동 일행이 올랐던 길인데 위험하여 지금은 폐쇄되었습니다.

 

 

 

 하산길에 작은 폭포..

 

 바위와 흙이 뒤섞인 채로 깍여진 모습이 멋있습니다.

 

 

 

하산 끝무렵에는 발과 땀을 씻고 가게끔 천연 온천수도 있습니다.

좌측 온천샘에서 솟아나는 온천물은 엄청 뜨거운데 그 옆의 냇물과 섞여 아주 적당한 온도로 씻기에 적당합니다.

 

 

 

 

 

5시 30여분까지 셔틀버스가 남아있어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내려옵니다.

 

 

남북통일을 위해 애쓰시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국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천지에 올라서니 그 분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어 다행스럽습니다.

큰 어른을 잃은 것이 가슴아프지만.

가슴 시린 땅을 우리는 영원이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산행을 마칩니다. 

 

 

'해외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항산2  (0) 2010.09.14
태항산1  (0) 2010.09.14
중국 화산  (0) 2009.04.22
후지산_일본  (0) 2008.12.23
금강산_고성  (0) 2008.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