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5. 16:46ㆍ백두대간
ㅇ. 산행일시 : 2009년 11월 4일(수) 04:05-16:57
ㅇ. 산행구간:
백복령(04:05) - 원방재(06:54) -상월산(07:30) - 이기령(08:09) - 갈미봉(09:58) - 고적대삼거리(10:40)
- 고적대(11:18) - 점심(11:35) - 연칠성령(12:22) - 청옥산(13:22) - 박달재 - 두타산(14:28) - 통골재(15:22)
- 햇댓등(16:44) - 댓재(16:57)
ㅇ. 거리/시간 : 도상 26.1km, 12시간 52분
비가 내리고 난 후 쌀쌀해진 기온에 옷깃을 여미며 유령처럼 또 집을 나섭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늙은 추장은 긴 여정을 떠날 때
'제 마음이 진정으로 깨어나고 자유와 우주적인 연민을 진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제가 여행하는 동안 적절한 난관과 고통을 내려주십시오' 라고 기도 했답니다.
고통과 난관들이 있기에 삶의 행복도 배가 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백두대간에서 가장 길고 험한 구간이라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정이겠지만,
산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깨우치는 맑은 생각들을 위해 고통도 감수하렵니다....
새벽에 도착한 백복령엔 내린 눈과 함께 세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대관령 윗쪽으로 대설주의보가 내린 후 이지만 여기에도 꽤 많이 쌓여있네요..
소나무 숲 속으로 들어 완만한 길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에 다다르고, 좌측으로 옥계 시가지의 불빛들이 조망됩니다.
금강송 군락지 사이로 차가운 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좌측에는 하얀 달과 우측으로는 일출이 시작된 붉은 하늘이 아름다워 푹푹 빠지는 눈길도 힘든줄 모르고 진행하니 원방재에 도착합니다.
날이 밝았는데도 달은 아직 지지않고 계속 따라오네요.
상월산 정상.
주위가 밝아지네요, 눈내린 산하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조릿대 사이 길로 긴 내리막을 내려가니 이기령.
임도 아래에 식수가 있다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물 한모금 마시고 갈미봉으로 오르는 긴 오르막 길로 접어 듭니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바위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눈으로 뒤덮인 산하가 보기가 좋습니다. 단지 바람이 불어 오래 감상할 수 없었지만,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갈미봉 정상입니다.
'갈미봉'이란 순수한 우리말로서 봉우리가 두 개로 갈라져 있는 산이라 말하고,
이 갈미봉에서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이 발원한다네요.
큰바위 얼굴도 추운지 콧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사원터 갈림길을 지나고 철쭉 군락지를 지나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면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수행했다는 고적대에 오릅니다.
한자 말 대로 낱가리들을 높이 쌓았다는 고적대(高積臺),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청옥산과 두타산이 가깝게 보이고,
동쪽으로 동해시 일원과 바다가 보이며, 서쪽으로 경관이 수려하다는 중봉산이 보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길옆에 앉아서 급히 점심을 먹고..
막걸리 한잔하며 내려다 보니 바위 절벽과 고사목 등이 어울려 아름답기 그지없네요,
영국시인 예이츠는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실눈뜨고 아껴봐야 하는 세상이고,
하느님도 삼라만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기에 참 좋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말이 어울리는 가을의 풍광입니다.
떠나기 싫은 곳이지만 갈길이 바쁜지라 가파른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서고,
10여분 진행하니 단아한 바위와 노송이 멋들어지게 어울린 망군대 혹은 망경대란 곳이 있습니다.
조선 인조 때 명재상 이식이 이곳에 올라 임금이 계신 서울 쪽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산세가 험해서 난출령이라 부르기도 했던 연칠성령에서 청옥산을 오르는 40여분의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이 구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청옥산은 임진왜란 때 당시 유생들이 의병들의 정신은 죽지 않는다는 뜻에서 청옥산이라 했다고도 하고, 이 산에서 청옥이 생산되었다 해서 청옥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네요.
지나온 고적대와 앞으로 보이는 두타산과 함께 해동삼봉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안개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간단한 간식을 먹고 내려섭니다.
1시간여 내려서면 박달재
다시 힘든 오름질 끝에 두타산 정상에 섭니다.
'두타'란 산스크리스트어로 석가의 제자 마하가섭이 누더기 한벌에 걸식으로 지붕아래 자지 않으며 모든 세속을 털어버리고 수행하는 법에서 유래 되었답니다.
세속의 모든 번뇌를 버리고 불도의 가르침을 따라 마음과 몸을 닦는 것이라는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어려운 말이지만,
법정스님은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여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결국 온 세상을 다 갖게 된다는 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욕심내지 말라는 무소유의 가르침을 되새겨봅니다.
바람으로 인해 다시 하산길로..
전망도 없고 길고 지루한 길이 이어집니다.
작은 봉우리 하나하나 넘을 때 마다 힘에 부치네요...
댓재까지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욕심인가?
두타산에서 40분∼50분 정도 내려가면 목통령(통골재) 정상입니다.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는 조릿대 길에 이어 '명주목이'라는 곳에 이르고,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이 기를 죽이네요,
드디어 햇댓등입니다.
이제 더이상 버릴것이 없네요...
댓재에 내려서 피곤한 몸을 내동댕이 칠 수 있는 버스 속 작은 내 자리만이 필요 할 따름입니다.
정상 직전의 아름다운 풍광이 지친 몸을 달래줍니다.
'두타산 산신각' 옆으로 내려서고, 길게만 느껴졌던 고통이 끝이 납니다.
댓재(竹峴)는 동쪽 아래 계곡에 대나무가 있는 댓골이라는 동네가 있었던 데에서 유래한다네요...
50여개의 봉우리를 넘으면서 '두타'란 단어가 내내 머리속에 맴돌던 구간이었습니다.
떨치고 나서지 못함은 아직도 속세에 미련이 많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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