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4구간_조침령_구룡령

2009. 10. 29. 09:19백두대간

산행일자: 2009.10.28(수)
산행코스: 8시간 12분 소요
  조침령(08:07) - 바람불이고개(08:36) -  연가리골삼거리(11:03) - 왕승골삼거리(12:00) - 갈전곡봉(14:57)

   - 옛구룡령(16:10) - 구룡령(16:29)


늦은 퇴근으로 2시간여 눈을 붙이고 지난번 못한 4구간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차에 피곤한 몸을 실었습니다.
부족한 수면으로 멍~한 상태에서 출발할 때나 구간의 오르내림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올 때에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도 들지만,
돌아와서 기분좋은 피곤함이 사지를 휘돌고 산행기를 쓸 즈음에는 다시 다음 구간이 궁금해 지는 것을 보면
대간병이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지난번 벌떼로 인해 홍역을 치뤄 단목령에서 하산하신 주목님의 조침령까지 보충산행을 위해 단목령 초입에 내려드리고
하도 높아서 새도 하루에 넘지 못하고 넘는다는 조침령 터널옆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길은 진드기와 멧돼지의 천국이라더니 허리까지 오는 잡목이 많아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일방통행길입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숲은 형형색색의 옷들을 벗어내고 있고, 위로 쪽빛하늘이 솜구름과 어울리며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습니다.

 

 

쇠나드리에 도착.
바람이 세차게 불었던 곳이라 아마 바람불이로 지명이 불리우나 봅니다.

 


이어지는 오름을 몇번 지나니 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를 만납니다

 

 걸을때 마다 사각거리는 낙엽과

길옆으로 무성한 산죽 위로 가을의 빛이 내려앉아 반짝이네요..

 


황이리 갈림길,

여기도 나무의자가 놓여져 있네요
앞 구간에는 서슬퍼런 국공파들로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면서 여기는 등산객들을 배려해서 시설을 해두었으니
대간길을 이으란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신경계통에 좋은 음(엄)나무 고목이 보입니다.

 

 

 

힘든 오름길 위엔 1061봉이 있습니다.
역시 조망은 없네요

오르 내림이 없는 완만하고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부족한 잠으로 자꾸만 졸음이 몰려옵니다.
예전에 낙동정맥에서 누군가 말한대로 제발 한번만이라도 정상 컨디션에서 산행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이 떠난 빈 보금자리,

자식들을 키워 뿔뿔이 떠나보내고난 늙은 부부의 쓸쓸한 노년이 그려집니다.

 

 동물을 잡기 위한 인간들의 욕심도 보이구요...

 

 저 아래로 구룡령의 구불구불한 허리가 보입니다.

 

 잠시 쉬어가라고..

 

 

 

이어지는 봉우리를 올라 956봉 을 지나고 내려서 연가리골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연가리란 말은 맞바우 동쪽에 있는 마을로 뱅가리와 아침가리에 연하여 있으며 연초를 경작했다고 합니다.

우측으로 150여 미터 아래에 샘이 있다고 누군가 적어두었네요

아직 물이 부족하지 않아 지나치고..

 

 

 

다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산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은 심신이 평안할 때이고,
힘이들어 고통이 밀려드는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려면 얼마나 산을 다녀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오르니 묵은 헬기장이 있는 1030봉입니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서고..

가파르게 올라서니 드디어 968봉.
삼각점은 있는데 그 숫자는 지워졌는지 알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일엽초..

 

 

다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왕승골 사거리

점심을 먹고..

 

 

이제 갈전곡봉을 향한 긴 오름을 시작해야 합니다.
잠시 쉬며 둘러보니 단풍이 곱습니다.

짙푸른 신록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서서히 죽어가는 잎들이 이루는 신비한 색의 조화를 좇아갈 수 있을까요?
슬프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의 결정'이란 키이츠의 말이 공감됩니다.

 

 누군가 갈길 바쁜 대간길에서 나무에다 장난질을 해두었습니다.

씁씁한 웃음한번 짓고...

 

 참나무 군락지라 겨우살이가 지천입니다.


갈전곡봉을 향한 첫 봉우리에 올라서고..
내려서고는 다시 올라 두번째 봉우리에 올라섭니다..
나무의자 쉼터가 있고, 다시 내리막을 내려 세번째 봉우리에 올라섭니다.
조망이 없어 갈전곡봉이 어디쯤인지 보이지 않으나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봉우리를 파도를 타듯 오르내립니다.
얼마나 더 가면 갈전곡봉에 다다를 수 있을런지..멀미가 날 지경이네요.
내리막을 내려서서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을 힘겹게 힘겹게 올라섰는데..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서 또 버티고 있네요ㅠㅠ
의자 쉼터에 괴로운 몸을 내팽겨칩니다.

고도계를 확인해보니..이곳이 1080m 봉인듯합니다.

첩첩이 이어지는 봉우리...

 


또 다시 시작되는 급경사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서서야 칡넝쿨 산이라는 뜻의 갈전곡봉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소양강의 지류인 방대천을 비롯하여 계방천, 내린천 등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치통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10월에만 보충산행을 포함 대간을 4회나 한 탓인지

체력이 딸리고,  오름길에선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자주 쉬어야 했습니다.

 

 

구룡령 길이 가까워 지는 것을 보니

이제 얼마남지 않았네요,


마지막 남아 있는 1121봉에서 남은 힘을 모두 버려야 겠지만,

이별이 아쉬워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가을은 이해의 계절'이라 했듯이
이별의 불가피성과 아픔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시기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이미 산 저너머 대간길을 더듬고 있는 나는
슬프지만 편안한 이별을 준비하기 보다는

아프지만 화려한 만남이 그리운 철부지인가 봅니다.

 

 

 

구룡령 옛길 정상이라는 표지가 있는 곳을 지나고,

 

 

마지막 힘겨운 오르막을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서 긴 여정을 마감합니다.

 

 4구간 종주를 축하하는 듯

하늘엔 UFO구름이 마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