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8. 09:04ㆍ백두대간
ㅇ.산행일자: 2009. 11. 17(화) 흐림
ㅇ.거리 및 소요시간: 27.1Km, 9시간20분
ㅇ.산행경로:
댓재(05:25) - 황장산(05:41) - 큰재(07:00) - 자암재(07:55) - 환선봉(08:35) - 덕항산(09:10) - 구부시령(09:41)
점심(11:02) - 푯대봉(12:31) - 한의령(12:53) - 삼수령(14:50)
새벽 4시반, 댓재에 도착하여 준비한 국밥으로 차안에서 식사를 한 후 내려섭니다.
얼마전 내린 눈은 거의 다 녹고 없지만 나뭇가지 사이를 갈라지며 유령같은 소리를 내고 지나가는 바람이
체온을 금방 앗아가네요 오늘 산행도 녹록치 않다는 것을 어둠이 속삭여 줍니다.
그러나 '한번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일본격언 처럼 힘든 산행들을 겪어 왔기에 두려움은 없고,
단지 호기심만 있을 뿐입니다.
어둠속으로 헤드랜턴 불빛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속에는 잔설이 남아있어 미끄럽습니다.
서서히 가파른 경사면이 시작되고 움추렸던 몸에 온기가 돌 즈음에 황장산에 도착하고,
좌측으로 삼척시의 야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새벽을 여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듯 불빛이 많이 보이네요..
융단처럼 깔려있는 낙엽길과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할퀴는 잡목지대를 지나다 보니
어둠을 헤치면서 날이 밝아 옵니다.
흐린 탓인지 태양은 보이지 않네요
공터가 나오고 임도가 있는 큰재를 통과하고,
예로부터 이어오는 화전민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고랭지 배추밭,
광동댐으로 인한 이주단지라네요..
'강호동의1박2일'에 나왔던 나무도 보입니다.
이른 추위탓인지 수확이 모두 끝나 황량한 풍경만 선사합니다.
개간지 가장자리를 따라 반대편으로 돌아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서니 자암재입니다.
이 곳에서 환선굴까지 1.7킬로,
능선 좌측으로 낭떠러지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헬기장에 다다르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인지 2m 이상되는 높이에 밧줄로 이어둔 등산로 유도선을 따라 가다보니
대금 굴과 환선굴을 품고 있는 덕항산 지각산(환선봉)을 지나갑니다.
환선봉은 환선굴로 인해 새롭게 이름을 얻은 봉우리라지요,
먼 옛날 겁탈을 피해 쫓기던 처녀가 선녀로 환생한 굴이 환선굴이랍니다.
팍팍한 삶에 찌들은 곳이라 그런지 전설도 아름답지가 못하네요...
예전 여름에 덕항산을 오르고 더위로 파김치가 되어 내려오다 환선굴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에어컨 바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가파른 내리막길 아래 골말갈림길을 지나 덕항산으로 오르는 길 좌측 아래로 환선굴로 오르는 주차장시설과 환선굴입구가 보입니다.
오늘 산행중 가장 아름다운 조망을 제공하는 구간입니다.
변덕스러운 기후탓에 버들강아지가 착각을 했네요
덕항산에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습니다.
덕항산 이라는 이름은 이 산을 넘어가면 화전을 할 수 있는 더기(고원)가 많다는 뜻에서 유래했답니다.
지아비만 얻으면 요절하는 바람에 재혼을 거듭하여 아홉 명의 지아비를 모셨으나 다 죽어 목을 메고만
한많은 여인의 전설이 있는 구부시령에 도착합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음침하고, 한 가운데 엉성한 돌무덤이 있습니다.
푯대봉가기전 바람이 없는 곳에서 때이른 점심을 먹고
푯대봉 삼거리에 배낭을 내려두고 대간길에서 100여 미터 벗어나 있는 푯대봉을 다녀옵니다.
표지석과 안테나 시설외엔 볼 것이 없군요
주변에는 겨우살이가 지천입니다.
한의령(건의령)에 도착합니다.
이 고갯길은 전설에 따르면, 고려 말 삼척으로 유배 온 공양왕이 근덕 궁촌에서 이성계 일파에 의해 살해 되자
고려의 충신들이 이 고개를 넘으며 고갯마루에 관모와 관복을 걸어 놓고 다시는 벼슬길에 나서지 않겠다고 하며
태백 산중으로 몸을 숨겼다고 전해지는 유서 깊은 고개입니다.
건의령이란 명칭은 관복과 관모를 벗어 걸었다 하여 관모를 뜻하는 건(巾)과 의복을 뜻하는 의(衣)를 합쳐 건의령(巾衣嶺)이라고,
건의령은 또한 한의령(寒衣嶺)으로도 불립니다.
겨울에는 눈이 엄청나게 오고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어도 추워서 얼어 죽는다고
찰한(寒) 옷의(衣)자를 써 한의령(寒衣嶺)이라 했다고 전합니다.
강원도는 척박한 땅에서 최후를 맞이한 단종과 공양왕의 서러움이 묻힌 땅이지요.
문득 생각에 잠겨봅니다.
세상의 아픈 상처가 더 잘보이는 나이이고,
그런 세상의 아픈 상처들을 보듬어야 할 나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복을 벗어 던지고 초야로 묻혀 두문불출한 의지와 용기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삶이지만,
'사람이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샤르트르가 말했듯이
적어도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후회스럽지 않도록 참다운 나만의 걸음이라도 멈추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습지,
오늘의 종착역 피재까지는 6.7km,
작은 고개를 넘으면 또 막아서고..지루함을 느낄 즈음에
삼수령-400m라는 표지판이 서있는 임도에 다다르고,
임도를 지나 마지막 능선을 오르니 피재에 도착합니다.
피재는 빗물이 이곳에서 낙동강으로, 한강으로, 오십천강으로 갈라진다해서 삼수령이라도 하고,
낙동정맥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동료와 낙동정맥의 시작점에서 힘차게 출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낙동에서의 못이은 숙제들도 천천히 한구간 한구간 이어야 겠습니다.
꾸준한 걸음 걸음들이 벌써 대간의 1/3을 이어 강원도와 경상도 접경까지 내려왔네요.
오늘 구간은 저번 구간에 비해 화려한 조망은 없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개미처럼 살아갔던 화전민들의 모습에서 부터 비운의 국왕과 충신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전설들이 숨어있는 길이어서 좋았습니다.
대간1/3종주 기념으로 회원님이 제공해주신 동동주에 취기가 돌고,
무아지경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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