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6구간_빼재_육십령

2010. 6. 20. 09:02백두대간

백두대간26구간_빼재_육십령
  덕유평전은 안개속에 잠겨있고....


ㅇ. 일시 : 2010년 6월 18(금)~ 19일(토) 무박산행  흐리고 때때로 비

ㅇ. 산행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 27.2km 실거리 32.5km / 14시간 50분여

ㅇ. 주요 산행구간:

  빼재(신풍령)(02:45) - 갈미봉(04:04) - 대봉(04:30) - 못봉(05:42) - 횡경재(06:21) - 백암봉(07:40) - 무룡산(09:54)
  - 삿갓골재(10:40) - 점심(11:20) - 삿갓봉(11:40) - 남덕유산(13:24) - 서봉(14:18) - 할미봉(16:47) - 육십령(17:38)

 

장마가 시작되고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보통 2구간으로 진행하는 빼재-육십령 구간을
무박산행으로 종주하려 늦은 밤 집을 나섭니다.

 

 

'빼어난 고개'라는 수령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고
헤드랜턴 빛에 의지하여 산의 품에 안깁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안개마저 랜턴 빛을 어지르니
몸이 휘청거리고,
가파른 오르막은 적응되기까지 엄청 힘들게 합니다.
정신없이 올라선 첫 봉우리인 갈미봉을 지나고
조금더 가니 대봉에 닿습니다. 

 

  
못봉에 다다르니 하늘이 밝아지며 운해에 파묻힌 덕유의 모습이 어둠속에서 신비롭게 다가오네요


 백당나무

 


횡경재를 지나
편안하고 기분 좋은 대간길이 이어집니다. 

 

 

 

 

 

 

송계사 삼거리로 알려진 백암봉.
향적봉은 2km 대간에서 빗겨있습니다.

빗방울이 굵어져 우의를 꺼내 입고 진행합니다.

 

 

 

 

 

 

 

'겨울 잎이 쌓이는 고개'란 뜻의 동엽령을 지나고

봉우리의 바위가 돌탑처럼 생겼다는 돌탑봉
등산객들이 바위 위에 조그마한 돌무지를 얹어 놓은 것이 보입니다.

 

 

 

 

 

계단길을 올라 산의 모습이 마치 용이 춤추는 형국이라는 무룡산에 오릅니다.
역시 조망은 ZERO!!

 

 

 

한박자 늦춰 안개자욱한 산길을 혼자 걸어갑니다.

안개속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환하게 보는 세상보다
반쯤 감은 실눈으로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하지만 한정된 시야속에서 혼자라는 생각에 진한 고독이 느껴집니다.

 

 

  

헤르만 헷세는 그의 시 '안개 속에서'에서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며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다'라고 했습니다'

주변의 민초들이 살아가며 죽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느껴지지만
인생이란 아름답다기 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적막에 쌓여있는 삿갓골재 대피소
탁자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갑니다.

 

 

 

 

 

대간길에 벗어나 있는 삿갓봉을 거쳐서

남덕유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벽처럼 막아서네요

그러나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는 말 처럼
힘든 오름길엔 눈개승마랑 함박꽃 등으로 지친 산꾼을 위로해줍니다.

 


남덕유산 정상입니다.

 

 지나온 삼도봉도
가야할 지리산 주능선도 모두 안개속에 숨어버렸습니다.

안개속 산행을 시작한지 9시간여...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티베트에선 손목에 차고 있는 외계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빨리 간다고 해서 하루가 더 빠르게 가는 것은 아니니
서두르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짧다"
라고한 여행작가 이용한 님의 글이 생각나네요

조망을 제공해 주지않는 섭섭한 시간보다
비를 맞지않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져봅니다.

 

 

일명'장수 덕유산'이라고도 하는
서봉으로 향하는 길 역시 경사가 심한 철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운무가 엷어져 주위 풍광을 살짝살짝 보여주는군요
조망에 대한 굶주림은 한시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게 합니다.

 

 

 

 

 

 

 

 

할미봉 가는 길 우측능선에 있는 대포바위
멀어서 당겨봅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육십령을 넘어가려다가 이 바위를 보고 대포로 착각하여
병력을 철수하여 운봉과 남원으로 향하는 바람에 장계 지구가 안전했다고 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남덕유의 두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할미봉 오르는 길은 로프와 계단입니다.
멀리서 보면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사방이 깎아지른 낭떠러지여서 조망이 좋습니다. 
 
이어진 산자락 끝으로 육십령휴게소 건물이 보입니다.
1시간후면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나겠네요.

 

 

 

하산길에선 낙동정맥에서 보았던 차돌백이도 보입니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 요충지였기에 옛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고,
60명의 장정이 모여야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하며,
또 60 굽이를 돌고 돌아야 넘어갈 수 있다고도 한 육십령에 내려섭니다.


 
휴게소 가게옆 수도물로 세면만 하고
막걸리 한잔으로 길었던 산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