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 16:38ㆍ산행/2007년 이전
속리산(俗離山 1,057.7m )
충북 보은 내속리면, 경북 상주 화북면 2006. 4. 25(화) 맑음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道)를 멀리하며,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는데 속이 산을 떠나는구나(道不遠人人遠道山非離俗俗離山)'. 천여 년전 신라말 최치원(崔致遠)이 속리산을 찾아 읊었다는 시 구절입니다.
사람들은 산이 속세(俗)를 떠나 있는(離) 줄 알았는데, 사바의 사람들이 산을 등지고 떠난다고 하네요.
그러나 요즈음 속리산 법주앞, 밀려드는 인파는 산문(山門)에 넘처나 세속의 불도량을 이루니, 떠났던 자들이 다시 돌아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25년전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상오)와 함께 올랐던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속리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법주사를 통해 문장대까지 가도가도 끝이 없던 고행길로 각인되어 아마도 그동안 자주 오지 못했지 않나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젠 자신있는 체력으로 오늘은 상주 화북면에서 문장대로 올라 천황봉을 돌아 법주사로 향하는 7시간여의 종단코스를 도전합니다.
경북 상주 화북면의 여지껏 입산통제 구역이었던 장각폭포에서 산행을 시작하려 했으나, 화재로 인한 5월초순까지 입산금지로 10여분 더 나아가 화북분소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1시간여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씨름하여 능선에 올라서니 문장대에서 백두대간으로 뻗어간 암릉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집니다. 계곡아래는 푸른끼가 감돌고 시야가 트이면서 우리가 올라온 화북면 일대의 인가와 들판도, 푸른 물이 담긴 저수지도, 산 계곡 깊숙히 까지 파고든 농경지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문장대(文藏臺:1,054m)에 오르자 시야가 일망무제로 트인 문장대에서 바라본 서북능선은 암릉으로 으르렁대며 하늘 높이 치 솟습니다. 관음봉을 건너 묘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암봉과 대간 능선으로 벋어나간 산줄기는 기암, 기봉의 장쾌함이 극치를 이루어 줍니다.
문장대는 원래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하여 운장대(雲臧臺)라 하였으나 조선조에 세조가 복천에서 목욕하고 이곳 석천의 감로수를 마시면서 치명할 때 문무 시종과 더불어 날마다 대상에서 시를 읊었다 하여 문장대라 부르게 되었다하며, 문장대를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지요.
달랑 잠바하나 걸치고 상오와 올랐던 옛 기억이 어렴풋이 살아납니다.
산이라고는 처음 올라서 무척 힘들었단 기억외엔 다른 기억은 나지않는 것으로 보아 대학 진로문제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걱정들로 그때는 저 장쾌한 능선들을 뼈속으로 느끼지 못했었나 봅니다.
큰 성공은 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좋은 직장을 잡아 성실히 살아왔고,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문장대위에 서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산을 내려가면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상오와 술한잔해야 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입석대로 향합니다.
수석의 전시장처럼 기기묘묘한 바위들 사이를 올라서면 올라온 만큼 까마득하게 다시 내려서고, 그리고 다시 오르기를 수 없이 반복하니 입석대의 장쾌한 암괴가 하늘을 찌를 듯, 비석처럼 우뚝한 경관을 보며 새로운 힘이 솟음을 느낍니다.
입석대는 임경업 장군이 7년간의 수도끝에 세운 바위라 합니다.
여기서 정상인 천황봉까지는 1.6km,
속리산은 낙동강, 한강, 금강의 분수령입니다.
천황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장각폭포를 떨어져 산줄기를 감고 돌아 강선대에서 문장대의 흘러내린 물과 만나 도장산과 청화산 사이로 용유와 병천의 절경을 이루면서 낙동강으로 흘러 들고, 백악산 흘러내린 물은 옥량폭포를 떨어지며, 서북쪽 물줄기를 합하여 화양구곡의 절경을 이루다가 문장대 관음봉의 물줄기와 합류하여 한강 상류를 형성합니다.
천황봉과 형제봉의 서북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삼가 저수지로 모여 금강의 연원이 되지요.
한 구비를 돌아올라 정상에 오르니 신선대, 입석대의 바위봉도, 서북능선 관음봉의 험준한 산봉도, 그리고 계곡 건너편 산줄기를 으르렁거리며 내달리는 암릉의 장쾌함이 마음을 서늘하게 합니다.
눈을 감고 나만의 기도(가족건강과 마니마니 ㅎㅎ)를 드리고, 경석이가 있는 대전방향으로 막연한 기원도 해봅니다.
객지에 나가있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가 드나봅니다.~~
법주사를 향해서 급경사의 산비알을 미끄러지면서 내려섭니다. 모래를 밟아서 미끄러지고, 낙엽 더미를 잘 못 밟아 발목이 빠지고, 피곤한 다리가 끌릴 때쯤 해서 산골을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목탁소리가 청청하게 들려 옵니다.
세상을 벗어나 잠시동안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이제는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 물론 극락에 가고 싶어서라도 한번 더 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