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 18:51ㆍ산행/2008년
부산의 진산 금정산
2008.03.01
아침에 눈을 떠 베란다로 나가니
아직 피곤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날씨가 안개가 많이 낀 날인지..
비몽사몽간을 헤메고 있는데,
창을 넘어오는 바람속에서 봄의 내음이 느껴지자
갑자기 정신이 들면서
허둥지둥 배낭을 찾아들고 물통과 스타킹을 쑤셔박으면서 입으론 연신 아내를 독촉하는 둥.....
봄을 좋아하고 먼저 맞이하고 싶은 욕심을 어쩔 수 가 없나 봅니다.
지도책에서 오늘은 한점의 망설임이 없이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뽑아들고
아이나비에 의지해 출발합니다.
매주 당하던 일이라 아내는 잠깐의 불평과 함께 여전히 옆자리에 앉아있구요...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801m.
최고봉은 북쪽의 고담봉(801m)이며, 북으로 장군봉·계명봉(602m), 남으로는 원효봉(687m)· 의상봉· 파리봉· 상계봉 등
600m 내외의 봉우리들이 즐비한 곳,
그러나 내가 대도시 주변에 있는 산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밟아보지 않은 곳입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잠깐 들어가니
산보다 더한 위용의 범어사가 나그네를 홀리네요
애써 외면하며 우측 내원사 뒷길을 통해 오름을 시작합니다.
3월 첫째날 화창한 날씨 탓인지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질로 진창이 되어있고
늘상 그렇듯이 듣기 싫은 시시콜콜한 세상사가 귓전을 맴돌즈음 눈앞에 고당봉의 위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내는 뒤에서 진창에 짜증나는 것을
군에간 아들놈에 대한 걱정스런 너스레로 풀 작정인가 봅니다.
2군단 사령부 행정병으로 배속받은 다행스런 결과지만
그것도 걱정을 하는 것을 보니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은 끝이 없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내가 군에서 그런 보직을 받기위해선 엄청난 연줄이 필요했을 텐데...
군대가 좋아지긴 했나 봅니다.
아무런 연줄도 없는 내 자식에게 그런 발령이 나는 것을 보면 말이죠..
고당봉 오름길은 진창대신 얼음입니다.
앞서 오르던 아저씨는 연신 넘어지며 나무를 잡고 멈춰서 있고,
아이젠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여러번 생길즈음에 새로 설치한 사다리가 포기하게 만드네요
아직 공사중인지 주위는 어수선 하지만 너무 고맙게느껴집니다.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위한 줄이 늘어서 있어 아내와 한컷을 위해 많이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북으로는 낙동강이 깔려있고, 동으로는 쌓인 노적가리사이에 비집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들이 빼곡합니다.
명산에 올랐으나 산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외인지.....
대도시 근교산을 싫어하는 내 마음인지도 모르기에 서둘러 북문쪽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외세의 침략(임진왜란,정유재란)을 받고 쌓았다는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버릇은 수백년이 지난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것같아 씁쓸합니다.
제대로 남은 것은 사람들의 염원뿐...
시간이 남아 해운대로 향합니다.
부산은 가보아야 할 곳이 너무도 많은 곳이라 ..
나옹화상이 창건하였으나 임난때 불타 없어져 최근에야 다시 중건한 용궁사입니다.
싯귀가 너무좋아 산에 오를때면 늘상 중얼대던 글귀가 반갑게 맞아주네요..
해수관음상을 보니 얼마전 불탄 낙산사가 생각납니다.
수줍은 동백아가씨가 곱게 머리를 숙이고 있구요...
그 옆으로 용감한 범띠 가시네가 신병교육대 조교처럼 웃고 있습니다.
여기에선 또 영락없는 삼형제 같기도 하고...
여기는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산에 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어쩌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