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1. 16:38ㆍ산행/2008년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서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연유에서 인지 그간 가보지 못한 금오산.....
금오산은 원래 이름이 대본산(大本山)이 었다네요 그런데
신라의 아도스님이 이곳을 지나다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것을 보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산이라고
금오(金烏)산이라고 했다지요.
그 예언에 걸맞게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의 경제 강국으로 만든 박정희대통령을 만들어 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니 송림 사이로 자연석을 깔아 놓은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길을 따라서 작은 돌탑군들이 이어져 있고,
한나라의 임금을 배출한 산 답게 모든것이 잘 갖춰진 길을 오릅니다.
입구엔 길재 선생의 회고가가 맞아줍니다.
철없던 시절엔 막연히 외웠던 싯귀지만
지금에사 다시보니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글이라서 더욱 정겹습니다.
약 10여분을 오르면 금오산성 입구에 도착합니다.
누각을 바라보니 불타는 숭례문을 대책없이 바라보던 것이 생각나는 군요,
비단 숭례문 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들을 다시 점검해볼 때라 생각됩니다.
외국에 빼앗긴 것을 찾아오기 전에 우리부터가 잘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둬야 되지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저런 생각으로 오름을 걷다보니 하늘에 걸린 명금폭포가 눈앞을 막아섭니다.
길은 암벽사이로 나 있고,
암벽에는 눈이 녹으면서 생긴 고드름이 자라고 있습니다.
대단한 오름이 시작되고, 이름하여 할딱고개.....
비슷한 명칭이 많군요,
깔딱고개, 숨넘이고개, 빡실고개.....
공통적인 것은 엄청 힘든 곳이란 곳이겠죠.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눌러붙은 눈을 밟고 고개를 오르고 나니
저 아래로 푸른 물이 넉넉한 금오 저수지와 구미시내가, 시내를 관통하며 지나는 경부선 철도와 그 옆의 고속도로가 시원해 보입니다.
한 동안 운동을 게을리하던 아내도 힘이 드는지 주저 앉을 곳을 찾고 있네요.
할딱고개를 다 올라왔으니 고생이 끝났다는 말을 해 주었지만,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거의 사색이 된 아내였지만,
눈이 많이 쌓여있는 그늘진 음지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내의 얼굴엔 생기가 돕니다.
산 모퉁이를 돌아 첩탑들이 어지럽게 서 있는 곳을 오르니 여기가 정상입니다.
방송용 첨탑등으로 정상은 표지석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여지껏 좋았던 느낌이 와르르 무너지고 마네요..
언제나 우리 산 정상에서 군사시설과 방송용 장비들을 몰아낼 수 있을지....
아내가 여기 사는 동창과 연락을 취하더니 급히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오름에 허덕이던 사람이 스키를 신은 듯 날라다닙니다.
내게도 저렇듯 설레는 만남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앞섭니다.
하산길에 올라올때 보지 못했던 도선굴을 보기위해
절벽 옆구리를 파고 만든 길을 따라 기어이 오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도선굴에 오르고서야
고은 시인의 시 처럼
오름의 욕심으로 보지 못하였던 아름다운 꽃을 찾은 듯 기쁨을 발견하고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