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 23:29ㆍ낙동정맥
구간 : 아화고개_메아리농장(27km) 10시간 소요
날짜: 2009.3. 2(월) 비,눈,흐림
주요 구간 및 산행소요시간(9시간30분소요)
아화고개(07:40)-사룡산 삼거리(10:20)-생식마을(10:30)-부산성서문(12:17)-고냉지채소밭(12:30)-산불감시탑(13:03)-땅고개(14:40)-단석산갈림길(15:56)-방주교회(16:29)-OK목장 입구(17:40)
새벽 출발길 부터 내리던 비는 경주를 지나 건천까지 차장을 때리며 애간장을 녹입니다.
지난주 오대산 갈때는 강릉인근 옥계까지 따라오며 비를 뿌려대던 것이 백두대간을 넘어서면서 눈으로 바뀌어
우리를 즐겁게 했듯이,
비록 남부지방이라지만 아침 기온이 영하에 근접하고 산간지대라는 점에서 오늘도 작은 기적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전일 늦은 퇴근으로 잠을 설쳐 피곤하던차 잠깐 졸다 깨보니 주변이 하얗게 보입니다.
3월의 눈이라~
그것도 경주에서...
믿기지 않지만 비몽사몽간에 장비를 꾸려 철길을 건너고 과수원을 지나 산행을 시작합니다.
과수원 주변은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아 과수원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조그만 굴다리로 들어섭니다.
컴컴한 굴다리를 벗어나면 우측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서야 합니다.
임도에 오르자
별 특징도 없고 볼 품 없던 능선이 눈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멋이 들었습니다.
날라가는 눈을 잡아 머리채에 얹은 억새도 한껏 멋을 부리고 있네요..
낙동정맥 이 구간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파란 물통과,
청룡의 살아있는 전설인 남선배님의 표찰이 길을 안내합니다.
멀리 넘고 또 넘어야 할 능선들이 희미한 안개속에 모습을 보이네요
힘들고 어렵겠지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순간의 고통들을 즐기겠습니다.
바람이 옆에서 불어와 귓속으로 눈이 들어와 와글거리고,
발은 미끄럽고, 습기로 인해 칙칙합니다만,
축복받은 날이라 생각하며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갓내린 신선한 눈이 연출하는 세상이 아름답네요.
이 순간 만큼은 시끄러운 세상사를 잊을 수 있어 고맙습니다.
옛날 부자가 살았다고 부산성이랍니다.
어떤 필요에 의해 축성된 성이지만 사료도 없고, 물려오는 이야기도 없으니,
제가 보기엔 전형적인 신라의 산성모습인데,
이러한 엉뚱한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것에 주변 불량국들에 의해 역사가 말살된 결과라 씁슬함을 느낍니다.....
생식마을 역시,
세상을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낙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평평한 '식탁바위'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허기를 느끼고 고생한 결과 저런 바위만 보면 푸짐한 상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숲재에 내려섭니다.
신설이 내린 아스팔트 길이 평온하게 다가옵니다.
안개가 자욱한 고랭지 채소밭으로 접어 듭니다.
자연의 힘입니다.
탁한 하늘이 봄이오면 스러져 가는 것들을 보듬고 있네요..
눈이 오지 않았으면 우리가 여기서 카메라 방향을 고심했을까요?
삼월에 스러져가는 삶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부산성 남문을 통과합니다.
눈이와서 그런지 감시초소엔 아무도 없습니다.
당고개에 내려섭니다.
이제 단석산 안부를 지나면 OK목장에서 여정이 마감됩니다.
생강나무는 이미 봄을 직감하고 노오란 꽃잎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온통 검게 그을린 목장의 풍경이 을씨년 스러워 그냥 지나칩니다.
눈으로 인해 무리한 탓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낍니다.
장거리 산행에선 자주 먹어주어야 하는데......
봄의 전령사 버들강아지입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시발점이기도 하구요,
올해는 조금 더 산을 닮아가는 내가 되길 기원해 보면서 산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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