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7구간_대관령_삽답령

2009. 10. 9. 09:18백두대간

-.일시 : 2009년 10월 8일 흐린고 간간이 비

-.산행코스 및 시간 : 9시간 15분 / 28km

  대관령(06:00)-능경봉(06:40)-고루포기산(08:27)-닭목령(10:06)-화란봉(11:03)-석두봉(13:16)-삽당령(15:15)

 

 

 

 

버스에서 불편한 몸을 뒤척이다 보니 차는 고개가 하도 험하여 "데굴데굴 구르는 고개"란 뜻의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태풍 '멜로르'의 간접 영향으로 검은 하늘과 세찬 바람이 체온을 빼앗아 갑니다.

추석연휴로 인한 후유증인지 목이 부어있고 치통도 통반되어 오늘 컨디션은 최악이라 완주가 걱정이 되는군요...

준비한 국밥에 말아 억지로 삼키고 고속도로준공 기념비를 지나 산행을 시작합니다.  

 

 

능선 좌측으로 강릉시의 야경이 보입니다.

 

 

                 헬기장을 지나고,

 

출발한지 40분만에 능경봉에 도착합니다.

 

 능경봉은 제왕산의 모산이며 아침에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라 '能政日出'이라 부르고,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울릉도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누군가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행운의 돌탑도 지나고,  

 

 

 곳곳에서 곱게 물든 단풍이 듬성듬성 물들어 갑니다.

 

 영동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차가운 기온과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진행이 빠르네요

 

 

전망대에 도착했으나 구름으로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초라하기만한 고루포기산에 올라서고...
'고루포기'란 반송이라 하는 다복솔을 말하며 또한 아반데기라고도 한다는데....

다복솔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눈길만 주고 또 다시 안개속으로 파고 듭니다.

 

 

산하는 초록의 울창한 색을 벗어내고 가을옷을 입더니, 하루 하루 짙어가는 고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불꽃같은 아름다움으로 나무들은 스스로의 잎을 버려 우리에게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시기이겠죠,

 

이제 얼마지 않아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눈 내리는 겨울이 찿아오면..
추운 겨울도 눈이 오는 즐거움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평온하고 정감있던 길을 지나 왕산 제2.1 쉼터를  지나고 나니 조금씩 하늘이 열립니다.

 

 

금강송 뒤로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만나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랭지 채소밭도 보이네요

 

 

 

 

 닭목재에서 고루포기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분수령 주변에는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 재배단지가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채소 재배단지, 삼척 숙암리의 고랭지채소 재배단지와 함께 백두대간의 3대 고랭지채소 재배단지라고 합니다.

 

 

 풍수지리가 들이 금계포란형의 길지로 보았으며 형세가 닭의 모양 중 목부분을 닮았다는 닭목령에 도착합니다.
 "전국최고 감자채종포마을"이라는 입간판이 반겨주고 "마지막으로 남은 청정고랭지 채소마을"이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인후통과 치통이 심해집니다. 걱정이 앞서 아스피린 한알 삼키고...

도로 맞은 편 장승 좌측으로 난 길로 진행합니다.

 

 

 낙동정맥에서 징그럽게 반겨주었던 산죽길, 바지와 신발은 항상 책임지고 적셔주었죠...

 

부챗살처럼 펼쳐진 花冠이 정상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상이 마치 꽃잎 같다고 해서 화란봉이라는데..

한시간여 힘들게 올라선 산객들에게 기념촬영하는데도 댓가를 요구하는 도도함이 있습니다.

이쁜 것들이란~~

 

 

가짜 석두봉인 헬기장, 석두봉은 여기서 경사면을 치고 올라 '대용수동'이란 팻말이 있는 곳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 짙은 구름이 간간이 비를 뿌리네요...

 

 

 

임도 우측 삽당령 방향에 설치된 차량통제기를 지나자마자 좌측 잡목사이로 들어서서 산죽사이를 지나

송신탑 철책 울타리를 우회해서 산죽 길을 따라갑니다. 
지루한 능선길이 통증과 더해져 한없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정상이면 산행을 정리하며 사색의 길이 될터인데....

산행의 날머리인 삽당령이 반겨줍니다.


이 고갯길의 지세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 있다하여 삽당령이라 했다고 전해집니다.

삽(揷)은 농기구의 하나인 가래를 뜻하고, 답(鈒)은 무기의 한 종류인 삼지창을 말한다지요...

 

 총무님이 준비한 아우라지 막걸리와 메밀전으로 하산주를 하지만

 제게는 그림의 떡입니다.ㅠㅠ...

 

 

오랫동안 나는 이제 곧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방해물들과 급하게 해치워야 할 사소한 일들이 있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알프레드 디 수자


 

본인으로선 가장 힘들었던 한구간을 마칩니다.
한 구간 한 구간을 채워 대간종주라는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끝이란 것은 없으며,
구간 구간 산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들이 되기를 갈망합니다....